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6부 설흔 두 번째회 (32)
나를 살려준 남자
‘남자는 정재가 정식 아내이고 편재는 애인인데 이 사주는 정재는 없고 편재 뿐입니다. 그러니 첫 번 째 결혼한 아내와는 백년해로가 어렵고. 다시 재혼을 해도 또 다른 여자를 얻어 살게 될 것입니다. 이 사주는 역마살이 많아 해외로 자주 다니게 됩니다. 아마도 배를 타는 마도로스로 보입니다. 일주를 보면 월(月)에 공망이요 절(絶)이 되어 형제간에도 별로 우애가 없고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합니다. 또한 시(時)의 처자궁도 공망이요, 고신살인데 고신살이란 고독한 신세라는 뜻인데 재혼한 여자와도 헤어져야 합니다. 역마살 속에 재(財)가 있고 또 그 재(財)가 관(官)을 안고 있으니 아마도 국제결혼을 해서 혼열아를 낳게 될 팔자입니다....”
나는 갑자기 어머나! 하고 비명을 질렀다. 칼질을 하면서 철학원에서 역술인이 한 말에 정신을 몰입하느라 왼쪽 중지를 베었기 때문이다. 나는 피가 흐르는 중지를 오른 손으로 피가 흐르지 못하게 불끈 거머쥐었다. 비명소리를 듣고 김문석이 주방으로 뛰어 나왔다. 그는 붕대를 찾아 내 손가락을 감아 주었다.
“어유 재수없어.. 칼질을 하다가 손을 베다니... ”
“병원에 가 보셔야지요?”
하는 김문석의 말에 나는 말했다.
“집에 있어. 나 혼자 갔다 올게.”
나는 붕대를 감은 왼쪽 손을 오른손으로 받치고 아파트를 나섰다. 인근 빌딩 5층에 있는 정형외과의원 문을 열고 막 들어서는데 때마침 안에서 나오던 박희정과 마주쳤다. 박희정은 내 손을 보면서 말했다
“올케가 여긴 웬 일이예요?”
“손을 좀 다쳤어.”
“많이 다쳤수?”
“아니 조금 다쳤어. 그런데 요즘 우리집에 통 안오네요.”
“요즘 잡지사 일이 바쁘고 또 자주 갈 일도 없자나요.”
“그래요. 잡지사 일이 바쁘다니 다행이예요. 요즘 인터넷 때문에 잡지가 안팔린다고 야단들이던데... 참 지난호 생활춘추를 보니 좋은 내용이 실렸던데요.” “좋은 내용이라니요. 어떤 내용인데요?”
“술항아리속의 천지인물학인가 하는 것 말이예요.”
“그래서요?”
“그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어서요.”
“용진철학원 원장님인 권성해 씨라는 분이 섰어요. 그 분은 신문에 역학 칼럼도 쓰고 있죠. 그런데 그 분은 왜요?”
“글 내용이 하도 마음 와 닿아서...”
“그런데 생활춘추는 어디서 봤어요?”
“서점에서 봤어.”
“계속 연재로 나가니까 서점에 가서 보세요.”
약간 빈정거리는 말투에 나는 기분이 상했다. 정기독을 하지 않고 서점에서 보았다고 하니 저러는가 싶었다. 허기야 남도 아닌 시누이와 올케 사이에 잡지 하나 정기구독 한다고 인생이 흔들리는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했구나 싶었다. 지금 새삼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나는 막 돌아서는 박희정의 등 뒤에다가
“저 다음 달부터 정기구독 할게요. 우리 집에 잡지를 우편으로 보내줘.”
하는 말을 던지자 박희정은 뒤로 고개를 돌리며
“내가 생활춘추 잡지사에 근무한다는 것을 몰라서 지금까지 정기구독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텐데 새삼 이제 와서 정기구독을 하겠다는 저의가 뭐죠?"
나는 선의로 정기구독을 하겠다고 했는데 박희정이 감정적인 말로 나오니 이렇게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가 싶어 나는 조금은 섭섭했다.
그 날은 영진이와 재민이가 오지 않아 나는 학교로 가볼려고 큰 방에서 나들이 옷으로 갈아 입고 있는데 거실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거실에 나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래 왠 일이냐?”
“날 좀 도와줘.”
수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황선엽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