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4부 스물 여섯 번째회 <26>

  • 등록 2016.06.13 11: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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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연재소설 - 나를 살려준 남자 제4부 스물 여섯 번째회 <26>

 

 

 

나를 살려준 남자

 

그러나 나는 이런 사실을 박희정은 물론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박희정이 내 방에 몰카(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던 사실도, 그리고 그 몰카에 나와 김문석과 섹스를 하는 장면이 찍 모습이 필림에 담겨 현상되어 그 사진이 박희정의 손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도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박희정은 우리 집을 나서면서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금전에 김문석 어머니가 한 말을 모두 녹음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가스라이터 처럼 생긴 그만한 크기의 미국 제너럴모터스사의 녹음기는 호주머니 속이나 손바닥 안에 넣고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을 비밀로 녹음할 수 있어 취재용으로 요즘 널리 사용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박희정은 달동네를 내려오면서 녹음기를 털어 보았다.

 

 

나이도 애리고 중학교 밖에 안나온기 한 달에 백만원 번다카이 참말이지 눈이 확 터이는기라예....내 아들이라꼬 카는기 아이라 참말로 기특한기라예....우리 문석일 한 달에 백만원이나 주고 가정선생으로 쓰주는 주인댁 아지맬 찾아가 인사라도 해야 하는긴데 미안해서....한집에서 같이 먹고 자도록 해주니 이 얼매나 고맙심니껴. 진짜로 이 은혜는 안잊어 삐릴깁니더.’

큰 길까지 내려온 박희정은 택시를 타고 잡지사로 향했다. 그리고 잡지사에 들어가 내가 김문석을 가정교사란 이름으로 집으로 끌어 들여 섹스를 하고 있는 사실을 기사(記事)로 쓸까말까 망서리다가 일단 초안을 잡아보기로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다.

 

한편 남선용은 동부경찰서 외사과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전직 형사였다. 그가 형사로 재직하고 있던 어느 날 삼십 대 초반의 중국동포 여자가 밀입국 혐의로 다른 40여명의 밀입국자와 함께 체포되어 경찰서에 끌려 왔다. 그런데 이 여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권을 소지하고 있어 이 여자를 무혐의로 풀어 주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이 여자는 고맙다는 인사 표시로 30만원짜리 선물티켓을 남선용에게 주었고, 남선용 은 아무런 생각없이 선물티켓을 받았다.

 

하지만 한달 후 이 여자는 다른 경찰서에서 다시 밀입국 협의로 체포되었고, 조사과정에서 이 여자가 소지한 여권이 위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남선용은 위조 여권을 소지한 이 여자를 선물티켓을 뇌물로 받고 석방시켰다는 혐의로 파면 되었다.

 

남선용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여자는 자신이 풀려나기 위해 뇌물로 주었다고 거짓 진술을 하는 바람에 남선용은 파면되고 말았다. 물론 남선용으로서는 억울하기는 했지만 위조 여권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지 않은 자신의 실수도 있고 해서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고 사표를 던졌던 것이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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