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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사주추명학자의 "이것이 운명이다" <2>

 

 

 

 

권우상 사주추명학자의 “이것이 운명이다” <2>

 

 

                        이것이 운명이다

 

 

그제야 나는 처음부터 하기 싫은 결혼을 한 것을 후회하였다. 내가 이렇게 될려고 그처럼 결혼을 하기 싫었구나 싶었다. 참으로 가슴이 메어지듯 후회스럽고 통탄할 일이었지만 이미 깊은 늪에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남편이 도박에서 손을 떼고 과수원 일에 전념하도록 온갖 노력을 다했다. 도박을 하지 않도록 남편을 달래보기도 하고, 두 손을 잡고 매달려 애원을 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미 도박의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일년동안 뼈빠지게 과수원에서 번 돈은 인터넷 도박으로 거의 다 날리다시피 하였다.

그래도 나는 남편의 마음을 바꾸어 어떻게 해서든 함게 살아 볼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일 년이 가고 이 년이 가면서 나는 피눈물나는 노력으로 뼈저린 마음 고생을 참고 견디며, 어떻게 하던 이혼만은 막아 볼려고 노력했다. 그런 세월이 6년이나 흘렀다.

그 동안 나는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았다. 딸은 6살이고, 아들은 4살이다. 나는 남편에게 아이들도 점점 성장해 가니 제발 좀 정신차리라고 애원했지만 남편은 잃은 돈은 반드시 찾아야 한다면서 좀처럼 도박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해 가을이었다. 김천에서 KBS 노래자랑대회가 열렸다. 나는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 불렀다. 이미자처럼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부터 이미자의 히트곡인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 <흑산도 아가씨> 등을 즐겨 불렀다. 가끔 고향 충주에서 축제 행사가 있으면 나가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노래를 잘 부른다고 칭찬하면서 앞으로 가수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가수가 되는 꿈을 가슴 속에만 담아 두었지 실제로 가수로 나갈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남편과 결혼을 한 것이다. 김천에서 KBS 노래자랑대회가 열리기 전에 나는 과수원 일을 하면서 틈틈이 노래 연습을 했다. 이미자가 부른 노래라면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연습했다. 그러다가 나는 출전 곡목(曲目)을 주현미가 부른 <비내리는 영동교>로 결정하고 이 노래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주현미의 목소리를 빼닮은 발성연습도 했다.

 

밤비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마음

그 사람은 모를거야 모르실거야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눈물에 젖어

하염없이 걷고 있네 밤비내리는 영동교

잊어야지 하면서도 못잊는 것은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봐.

 

밤비내리는 영동교를 헤메이는 이마음

그 사람은 모를거야 모르실거야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아픔에 젖어

하염없이 헤메이는 밤비내리는 영동교

생각말자 하면서도 생각하는 건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봐.

 

그 날도 나는 혼자 과수원에서 나뭇가지를 치는 작업을 하다가 잠시 일손을 놓고 복송아 열매 하나를 마이크처럼 손에 잡고 <비내리는 영동교>를 부르고 있었다. 한참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남편이 와서 나에게 주먹질을 하면서 폭언을 하기 시작했다.

“이 여편네가 술집 가시나가 될려꼬 카나 일하다 말고 노래는 무신 노래고? 이 여편네가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데이.. 콱 지기삐릴라..”

순간 나는 망치로 뒷뚱수를 한 대 얻어 맞은 듯 머리가 띵해 왔다. 전문대학도 대학인데 대학 나온 사람이 자기의 아내에게

“콱 지기삐릴라..”

하는 말에서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제야 하는 아내의 위치를 상실했다고 생각했다. 정녕 남편이 나를 아내로 생각한다면

“당신이 노래가 얼마나 부르고 싶어 일을 하다가 노래를 부를까. 그래 일은 내가 할테니 열심히 연습해서 노래자랑대회에 나가 일등을 해 봐.”

이 정도의 말을 하는 것이 남편이 된 도리라고 할까 모습이 아닌가 싶어 무척 섭섭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말했다.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신 나간 것은 내가 아니구 당신이예요. 당신이야 말로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어요.”

“뭐라꼬? 이 여편네가 주둥아릴 놀리는 거 봐레이... 내가 정신 나갔다꼬?”

“정신 안나가면 매일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 도박이나 하구 있어요?”

“이 여편네가 그래도 주둥이만 살아 갔꼬시나 나불거리네... 이 ㅆ발년아..”

ㅆ발년이란 말에 나는 또 한번 머리가 띵해 왔다. 그런데 그 소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삽자루가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얼굴에 부딪쳤다. 남편이 일을 하느라 손에 든 삽으로 내 얼굴을 찍은 것이다. 나는 삽자루에 맞고 얼굴에서 피를 쏟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나는 잠시 정신이 멍하고 머리고 지끈지끈 아파서 땅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을 하며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과수원에서 놀다가 이 광경을 보던 6살짜리 딸 윤정이가 달려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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