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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 = 전쟁은 시작되면 전쟁으로 끝내야

 

 

칼럼

 

 

전쟁은 시작되면 전쟁으로 끝내야 한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오(吳)나라 왕 합려(闔閭)는 오자서의 천거로 손무를 원수에 임명할려고 하자 손무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전쟁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진군이라든가, 후퇴라든가, 휴전이라든가 하는 것은 왕이 마음대로 명령을 해서는 안되고 끝까지 전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왕이 군대의 총지휘관이고 후퇴나 진격은 왕이 결정한다. 그러다 보니 이길 수 있는 전쟁도 왕이 진격을 중지하는 등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일도 있었다. 손무는 제(齊)나라의 병법가인데 오왕 합려는 월(越)나라와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손무를 초빙했다. 오왕 합려는 손무(孫武)가 미덥지 못해 군사훈련 솜씨를 보여 달라고 하자, 손무는 180명의 궁녀들을 90명씩 좌우 양쪽 편대로 나누고 좌우 각 부대장은 왕이 총애하는 애첩을 임명했다. 편대가 완성되자 손무는 명령에 따라 배운 법칙대로 준수하지 않으면 참수형을 내린다는 엄명을 내리고 군율대로 다스리겠다고 강조했다. 모든 것은 손무에게 위임한 터이라 왕은 간섭할 수가 없었다.

 

 

특히 대열을 혼란시키는 것과 훈련중 잡담을 허용하지 않으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군율을 어기면 군법에 의해 처벌하겠다고 손무는 엄명을 내렸다. 하지만 궁녀들은 누구의 집 개라도 짖는가는 듯이 손무의 훈시를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는 모두 흘렸다. 손무는 전쟁이란 생사를 걸고 적과 싸워 이겨야 하는 것이 군인의 임무이니 행동 통일을 못하는 군대는 오합지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창칼 대신 죽창이 주어졌다. 북이 한번 울리면 모두 자기 편대까지 대열을 지어야 하고, 북이 두 번 울리면 편대별로 진을 치고, 전투 자세를 갖춰야 하고, 북이 세 번 울리면 편대는 즉각 해산하여 원위치로 다시 모여야 한다. 북이 한번 울리자 궁녀들은 이리갔다 저리갔다 반복할뿐 제대로 대열 구성조차 못한다. 북이 두 번 울려도 포진을 하기는커녕 여전히 우왕좌왕 할뿐이었다. 북이 세 번 울렸지만 궁녀들은 히히덕거리기만 할뿐 편대를 이루려는 의사가 보이지 않았다. 죽창을 쥔 자세도 개판이다. 손무의 분노가 폭발했다. “군기관은 이리 급히 오너라” 군기관이 달려오자 “군령을 어기면 어떻게 하느냐?”

 

 

“군법에 의해 참수형에 처합니다.” “처형하라” 손무의 명령이 떨어졌다. 망운대에서 보고 있던 오왕 합려가 깜짝 놀라 급히 사람을 보냈으나 애첩인 우군 대장 강빈과 좌군 대장 하빈은 이미 참수형에 처해졌다. 왕은 애첩이 참형을 당하자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왕의 애첩까지 죽이는 손무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오자서가 말했다. “대왕께서 이제부터 강한 초나라를 정벌하여 중원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데 하찮은 두 여인 때문에 우리 오나라가 월나라에게 패망한다면 대왕께서는 어찌하시겠습니까? 나라가 망해도 궁녀들만 생각하시겠습니까?” 오왕 합려는 깊이 깨닫고 전쟁이 시작되면 월나라와 어떤 정치적인 협상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손무를 대원수에 임명했다. 손무는 대군을 거느리고 월나라 정벌에 나섰다. 전황이 불리해진 월나라 소왕(召王)은 정치적인 해결을 제의했지만 오왕 합려는 수락하지 않았다. 손무는 전쟁에서 대승하고 월나라는 항복했다.

 

 

이처럼 전쟁은 전쟁으로 끝내야지 정치가 개입해서는 이길수 없다. 한국전쟁은 유엔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하여 통일을 눈앞에 두었다. 그런데 중공군이 개입하자 맥아더 장군은 원폭 투하로 전쟁을 끝낼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트루먼 대통령은 맥아더를 해임, 중공군이 제의한 휴전에 수락, 통일의 기회를 놓쳤다. 맥아더는 물러나면서 기습전이야 말로 전쟁에서 승리하는 가장 긴요한 요소라고 말한 후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아프간 패망은 평화협정이 패망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게릴라전에 허약하여 첨단무기를 갖고도 산적같은 탈레반을 이기지 못했다. 미국은 병사 한사람 키우자면 20년은 걸리지만 무기는 몇시간이면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미군은 전쟁에서 불리하면 무기를 버리고 도주하는 것으로 한국전쟁 때 이미 알려져 있다. 물러나면서 파괴하지 않아 미군의 첨단무기가 상당수 탈레반에게 넘어갔다는 것은 매우 아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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