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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權禹相) 명작 수필 =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자

 

 

권우상 (權禹相) 명작 수필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자

 

 

 

인간은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경험에는 즐거운 것도 있고 눈물나는 고통스러운 것도 있다. 그러나 그 눈물과 고통의 우물에서는 금쪽 같은 지식이 분출한다. 경험만큼 확실한 지식은 없다. 삶속에서 풍부하고 진솔하게 축적된 경험은 책 등을 통해서 얻은 단순한 지식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경험에 의한 지식은 오류의 확률이 거의 없으므로 그만큼 확실성을 갖는다. 따라서 어떤 사람은 경험을 통하지 않은 지식은 지식이라 할 수 없다는 말까지 하기도 한다. 그런데 경험이라는 것은 동시 다발적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간의 나이테가 많을수록 많은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마치 긴 세월 눈보라를 맞고 성장한 나무에는 나이테의 축적이 많은 것과 같다.

환언하면 연륜이 쌓이면 그 만큼 경험에서 얻은 지식이 많을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어떤 특정한 분야뿐 아니라 일반적인 일들에서도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면 그 분야에 오래 종사했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자문을 구한다. 그만큼 경험에는 가장 확실한 해결법이 앉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매우 혼란스럽다. 지켜야 할 ‘룰’이 없고 최하의 도덕이나 양심도 없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남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배치되는 일이라면 불물을 가리고 않고 설친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공공질서에 위배되는 잘못은 법에 의해서 벌을 받지만 처벌 따위를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간 큰사람들이 백주(白晝)에 활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죄에는 법에 저촉되는 것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일들이 수두룩하게 마치 가을의 낙엽처럼 쌓여 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개개인의 양심이 청결하고 반듯하지 않으면 아무리 법으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해도 인정 넘치는 사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옛 성현들은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도록 가르쳤다. 더구나 정치 지도자나 사회 지도자의 도덕성도 올바르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영국의 ‘시드니 헤리스’라는 한 소설가는 말하기를 ‘지도자란 사람들에게 가혹하지만 진실을 말해주고 걷기 어려운 길은 몸소 걸어서 보여 주고 우리가 듣기 원하는 이야기 보다는 들어야 할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명심보감에 오직 바른 것을 지켜라(惟正可守)라고 했다. 또한 경계할 것은 마음에 있다(戒之在心)라고 했으니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사람의 양심에 있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법과 도덕적 규범 이전에 사람의 마음에는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이미 서 있지만 사람들은 그 양심의 소리에 감응하지 못하여 쫓아가지 않는다. 그 보다는 세속의 이익에 목을 빼고 쫓아가 남을 해치고 속이고 사회에 폐해를 끼친다. 지도자는 자기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집단의 이익을 배제하고 진실의 편에 서야 하며 개인은 떳떳하고 아름다운 삶으로 나와 남과의 유대를 지속하기 위하여 진실의 편에 서야 한다.

중국 명나라 때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왕양명은 그의 저서 전습록(傳習錄)에서 인생의 가장 큰 병은 오만(人生大病是一傲字)이라고 했다. 오만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파악 할 수 없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친분을 해친다. 우리는 가끔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높게 평가하여 거만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 인간적인 친밀감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움에 처하며 위로하며 도와주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게 보면 ‘자기를 낮게 평가하는 사람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독일 시인 괴테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오만한 사람과 교활한 사람은 거짓말도 스스럼없이 잘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순리는 거짓을 그냥 묻어두지 않는다. 그래서 중용(中庸)에는 숨기려는 일은 더 잘 드러난다(莫見乎隱)라고 했다. 살다보면 겸손하고 진실한 것이 일시적 어려움을 가져 올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적인 것이며 최종 승리의 기쁨은 언제나 진실과 겸손한 쪽에 서게 된다. 특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버릴 수 없는 중요한 지참물이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공공질서에 위배되는 잘못은 법에 의해서 처벌을 받기 전에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양심이 반듯하게 자리잡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법으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해도 인정이 넘치는 사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도록 가르쳤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이것을 참회(懺悔)라고 한다. 말과 행동과 생각을 돌아보아 잘못된 것을 스스로 경책하고 앞으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바른 말, 바른 행동, 바른 생각으로 살아가겠다는 것이 참회다.

이렇게 하나 하나 고쳐나가면서 우리의 마음에 선근(善根)을 심는 것이다. 인간은 죽을 때 마음 하나 챙겨가지고 간다고 한다. 그 때에 이렇게 참회하며 심었던 선근이 극락에도 가게 되고 나아가 해탈세계에 이르게 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중국의 고서 ‘여씨춘추’에는 ‘남을 이기려는 사람은 먼저 자기를 이겨야 한다’고 했다. 마왕이 묶여 있는 다섯 가닥의 밧줄은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노여움과 원망과 질투와 교만과 아집(我執)의 잘못된 생각들이다. 이것이 바로 내부의 적(敵)인 것이다.

이것을 다스린 자만이 남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의 적은 이외에도 게으름, 지나친 욕심, 좌절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므로 항상 이런 것들이 우리의 마음속에 한 치의 발도 붙이지 못하도록 깊숙히 선근(善根)을 심어야 한다. 마음에 분노와 탐욕을 지니고 있으면 무엇을 하여도 일이 올바르게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 마음에 심어진 악을 깔끔히 털어내고 남을 해치고 남을 괴롭히는 검은 독소를 솎아내고 진실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자. 유한(有限)한 인생이기에 그런 마음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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