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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權禹相) 칼럼 = 거대한 빙하처럼 움직여라

 

 

칼럼

 

 

              거대한 빙하처럼 움직여라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침착성(composure)은 처세술(savoir vivre)의 기본이며, 이는 어느 재능보다도 매우 중요하다. 어떠한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도 침착성과 냉철함을 잃지 않는 사람은 재능의 크고 작음과는 상관없이 큰 일을 성취할 수 있다. 반면에 능력은 우수하고 뛰어나지만 사소한 일에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침착성은 다양한 사례에서도 증명된다. 침착하지 못한 사람은 낯선 사람들 앞에서 곧잘 부끄러운 모습을 한다. 말이나 행동에 혹여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나머니 최대한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회피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대중이 모인 공공장소에서 발언할 기회라도 주어지면 당황하여 어쩔줄을 몰라 하면서 실수할까 봐 여간해서는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려한다.

 

 

이처럼 작은 난관도 제대로 돌파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큰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그저 별 볼일 없이 작은 인물로 구석진 곳에서 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또한 침착하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평소에는 대체적으로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거나 능숙하게 사람을 대하면서도 돌발 사고라도 발생하면 머리가 혼란스러워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다. 한 사례를 보자. 고객으로부터 이러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하자. “당신네 회사 제품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서 사람이 죽었소?” 그러면 침착성이 없는 사람은 당황하여 적절한 말을 하지 못하고 다짜고짜 상사를 찾아 헤맬 것이다. 만일 그의 상사까지도 침착성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대충대충 일을 하려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혹시 화재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허둥대다가 엄청난 인명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언젠가 중국 광동성(廣東省)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100여 명 사상자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상자들 대부분이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는 압사(壓死)로 인한 인명 피해가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모두들 건물을 빠져 나올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당황한 나머지 한꺼번에 출입구를 향해 몰려드는 바람에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인물은 침척성과 냉철함이 부족하여 중요한 직무를 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중용하지 못한다.

 

 

당(唐)나라 루사덕(婁師德)이 재상에 입명되었을 때 적지 않은 대신들은 “재능도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어찌 재상 자리에 오른다는 말인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황제는 이렇게 말했다. “그다지 특출한 재능은 없지만 그는 대범하고 냉철한 사람이오. 성품이 후덕하고 무슨 일을 당해도 흔들림이 없으니 재상직에는 그 보다 적임자는 없소!” 비록 뛰어난 재능은 없지만 어떤 위기나 난관에 봉착했을 때 침착성과 냉철함을 잃지 않는 사람은 중요한 직책을 맡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남들은 속수무책인 채로 허둥지둥 당황할 때 오로지 그 사람만은 마치 거대한 빙하가 서서히 움직이는 것처럼 침착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크나 큰 책임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가운데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인재가 아닐까 싶다. 침착성을 유지하는 데는 장기간의 수련이 필요하다.

 

 

우선 첫째로 사물과 사람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루사덕의 아우가 대주자사(代州刺史)로 임명돼 부임하려고 할 때였다. 그는 동생을 불러 물었다. “우리 형제가 다 같이 출세하여 황제의 총애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니 그만큼 남의 시샘을 받지 않을려면 어찌 처신해야 하겠느냐?“ 그러자 동생이 말했다. ”설사 내 얼굴에 침을 밷더라도 절대로 화내지 않고 잠자코 닦겠습니다. 만사를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하면서 형님에게 누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루사덕은 뜻밖에도 정색을 하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염려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누군가 너에게 침을 뱉는다면 그건 분명히 화가 났기 때문일 것이니 네가 바로 그 자리에서 침을 닦아 버린다면 상대의 기분을 거스리게 되어 화만 더욱 더 돋우게 될 것이다. 침은 닦지 않아도 저절로 마를 것이니 그럴 때는 그냥 웃으면서 침을 뱉는대로 내버려 두어라.“ 큰 인물은 어떤 위급한 일을 당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마치 거대한 빙하가 서서히 움직이는 것처럼 매우 침착하게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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