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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영 칼럼] 마음의 0점 조정

전통시장 및 마트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저울은 ‘계량에 관한 법률’ 관계 규정에 따라 2년마다 국가기술표준원의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무리 정확하게 저울질을 한다고 해도, 사용하고 있는 저울의 정확한 0점 조정 및 정확한 계량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확한 무게를 잴 수 없기 때문이다.

 

판수동 저울, 접시지시 저울, 판지시 저울, 전기식지시 저울 등 사용되고 있는 모든 저울은 그 어떤 저울일지라도 예외일 수 없다. 이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중(中)의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면 자기 자신의 업식(業識)에 따른 생각놀음일 뿐, 지공무사한 정견, 정사, 정언, 정행일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같은 까닭에 인도의 성자인 ‘라마나 마하리쉬’는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에게 묻는 명상을 통해 생각의 근원인 참 자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영적 수행임을 강조했다. 무념무상의 참자아가 바로 주관과 객관의 구별이 사라진 마음의 0점으로, 그 안에서는 지공무사할 뿐, 평화를 방해하는 어떠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불교 선가의 수행 과정을 10단계로 설명하고 있는 ‘십우도’는 소를 찾는 심우(尋牛)에서 시작돼, 사람과 소가 다 함께 사라짐으로써 주객 양변을 여읜 인우구망(人牛俱忘) 즉, ‘마음의 0점 조정’을 강조하는 ‘팔우도’에 이어 반본환원과 입전수수 즉, 공즉시색의 일상에서 0점 조정된 마음을 잘 쓰는 평상심의 보살행으로 십우도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결국 수행을 통해 모든 분별을 벗어나는 것은, 그 어떤 견해에도 머무는 바 없는 마음의 0점 조정을 이룬 뒤, 그때그때 상황에 딱 들어맞게 제대로 분별하기 위함이다. 잠시 세속을 떠나 수행에 전념하는 것은, 이기적인 마음을 비우고 지공무사한 마음을 회복한 후,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와 보살행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사람들과 부딪힐 일 없는 산속에 안주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 같은 까닭에 국가기술표준원은 저울의 영점 조정뿐만 아니라, 0점 조정 후 계량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반드시 검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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