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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자 기고문] 넥타이 줄까?

김무경 실로암요양원(장애인거주시설) 원목/상담지원팀장

넥타이 줄까?

 

어릴 때 우물에 빠져서 청각장애인이 되었고, 뇌졸중으로 하반신 마비와 시각장애까지 겹친 어르신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도 잔존 시력이 약간 있어서 앞에 있는 물체는 알아볼 수 있었는데 건강이 악화로 말미암아 5년 전,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두 달만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분의 일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병만(가명)이 아저씨는 확인된 건 아니지만 공부를 많이 하셨답니다. 다행히 손바닥에 글씨를 써서 간단한 대화는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소문대로 똑똑하셨으면 좋겠는데, 뇌수술로 인하여 사고가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보니 ‘밥’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합니다. 밥을 아무리 많이 주어도 남기는 법이 없고, 항상 배고파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먹을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워야 합니다.

 

병만이 아저씨 동생을 통해서 들은 얘기지만, 직업이 페인트칠이었는데 페인트로 그림을 아주 잘 그려서 단골이 많았다고 합니다.

 

교회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하여 아들이 하나 있으며, 아들이 어릴 때 이혼을 하고 혼자 그 아들을 키웠다는 것입니다. 수수께끼 같은 삶을 살아온 병만이 아저씨!

 

병만이 아저씨의 일과는 식사 후에 자고, 또 식사 시간 기다리고, 늘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세상과는 모든 것을 닫아버린 그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요즘은 작업치료와 체력단련을 하고 있는데 하지 않으려고 해서 직원들이 애를 먹습니다.

 

그래도 제가 목사인 것을 알아서 다가가면 항상 좋아하고 웃습니다. 어떤 때는 산책가자고 하기도 하고, 몇 시냐고 물어보기도 날짜를 물어보기도 합니다. 또 아들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주면서 전화를 해달라고 합니다.

 

괘씸한 것은 아들 녀석이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요양원에서 전화하면 언제 가겠다고 하고서는 안 옵니다. 얼굴 한 번 정도 본 것 같은데, 오랜만에 온 그 아들을 붙들고 대성통곡을 하던 병만이 아저씨를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아픕니다.

 

제가 이곳에 온 지 두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녁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방에 들어가 보니 양복을 꺼내 놓고 펼쳐보고 있었습니다. 옆에 넥타이가 있어서 제가 목에 걸어 보이니까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펴 보입니다. 주무시라고 손바닥에 써 주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식사하러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휠체어를 밀고 옆으로 오더니 갑자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넥타이 줄까?”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에 말을 하지 않는 분인데, 또 한 번 더 그럽니다.

 

“넥타이 줄까?”

 

손바닥에 고맙긴 하지만 나도 많이 있으니까 안 주셔도 된다고 써 주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혹시 내가 웃긴다고 한 짓이 넥타이가 갖고 싶어서 그런 것으로 오해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또 한 편으론 마음이 흐뭇합니다. 본인의 물건을 선뜻 주겠다고 하는 그 마음이 고마워서입니다. 아무래도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점심을 먹고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넥타이~”

 

미처 글씨를 다 쓰기도 전에 얼른 휠체어를 밀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면서 따라오랍니다. 그리고 양복 커버 사이에서 곱게 접어 두었던 넥타이 3개를 꺼내서 줍니다.

 

감격입니다. 눈물이 왈칵 솟습니다. 진심으로 나에게 주고 싶었던 겁니다. 손바닥에 내 감동을 길게 적었습니다. 그러나 그걸 다 이해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목에 걸어봅니다. 너무 좋답니다. 내가 최고랍니다.

 

“아저씨, 나 넥타이 많아요. 마음만 받을게요.”

 

한사코 안 된다고 하는 아저씨 손을 붙잡고 양복 커버에 넥타이를 넣어 주었습니다.

 

병만이 아저씨 아들 녀석이 언제 올지 모르겠습니다. 아저씨 입소비가 많이 밀렸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의료보험료를 내지 않아 병원을 맘대로 모시고 갈 수 없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은 사랑만으론 못산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랑만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건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각자에게 사랑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사랑으로 섬겼던 병만이 아저씨입니다.

 

5년 전 이맘때 병원에 입원하고 하늘나라로 간 아저씨가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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