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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자 기고문] 금식하다 죽어불라요.

김무경 실로암요양원(장애인거주시설) 원목/상담지원팀장

금식하다 죽어불라요.

 

이곳에 와서 많은 분과 이별을 했습니다. 기독교에선 또 만남을 고대하는 이별이지만, 그래도 이생에서의 이별은 늘 슬픕니다.

 

여긴 장애인거주시설이다 보니 아프거나 치매가 심해지면 전문요양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별했지만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분이 있습니다. (이하 권사로 호칭)

 

어머니를 이곳에 모시고 마치 죄인이나 된 것처럼 고개를 숙이던 자녀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가 잘 모신다곤 했지만, 그래도 자식들만큼은 아니었기에 늘 제 마음은 죄송스러웠는데, 권사님이 이 목사를 끔찍이 생각하셨던 것처럼, 자녀들 또한 비록 원목이지만 목사로서 인정해주고 저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복지사들에게도 늘 고마워했던, 정말로 요즘 보기 드문 이용자 보호자들이었습니다.

 

천국가시는 길에 가 뵙지 못하여 못내 가슴이 아픕니다만, 치매로 정신이 희미해져 가면서도 이 목사만큼은 끔찍이 챙겼던 분입니다. 가장 진하게 대화를 했던 분으로 일화를 하나 소개 합니다.

 

목사님을 찾는다는 소리에 다급하게 2층 생활실로 갔습니다. 이곳에 올 때는 그렇게 심하신 것 같지는 않았는데 치매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신 권사님께서 목사님께 허락을 받고 금식을 하겠다고 찾으셨답니다.

 

한참을 얘기하면서 달래도 막무가내면서 한사코 식사를 거부합니다.

 

“권사님, 뭣 땜시 식사를 안 하신다고 했쌌소?”

 

“아이고 목사님, 나가 나이가 팔십이나 먹어서 노망이 들려 부렀당께요. 자슥들 보기 미안허고, 여그 계신분들 보기도 미안허고, 한 20일 금식하다 죽어불라요.”

 

이것이 권사님께서 금식을 하시겠다는 이유였습니다. 한참을 달래서 식당까지는 모셨습니다. 본인이 다른 건 못해도 먹는 거 하나는 끝내는 주는 ‘밥 박사’라고 하시던 분이 대단한 고집입니다.

 

대개 치매가 오면 식탐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이 권사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억지를 부리다가도 “권사님, 밥 먹으러 가요” 그러면, 얼른 “아버지! 목사님을 보내주셔서 밥도 먹으러 가게 하시니 참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따라나서던 권사님인데 정말 그날은 식사를 안 하실 것 같았습니다.

 

“어이 목사님 먼저 잡수시오. 난 지금부터 금식 들어갈랑께”

 

권사님, 마흔다섯에 시각장애인이 되셨다고 하니까, 그 시절에는 재활교육이라는 것도 없이 혼자 더듬거리며 5남매를 훌륭하게 키우셨답니다. 게다가 늘 막내(딸)를 챙기셨습니다. 자신이 눈이 안 보이면서 가장 마음에 아픈 자식이 막내랍니다.

 

그날 권사님 식사를 못하나 싶었는데, 제가 꾀를 하나 냈습니다. 계속 식사를 해야된다고 달랬는데, 고집을 피워서 맘을 단단히 먹고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권사님, 천국을 가더라도 하나님이 오라고 할 때 가야 한다고 그렇게 얘기하는데 목사 말도 안 들으니 그만 방으로 갑시다. 금식을 하든지 맘대로 하세요. 선생님! 이 할머니 방으로 모셔다드리세요.”

 

벌떡 일어나시더니 그럽니다.

“선생님, 나 깨골창에 데려다 주시오, 그냥 콱 죽어불랑께”

 

“권사님, 나 김 목사에요. 깨골창 갈라요? 그라면 밥이라도 먹고 갑시다. 밥도 안 먹고 힘이 없어서 워떠케 깨골창에 들어간다요. 워쪄요? 밥 먹을라요, 안 먹을라요? 나가 대꼬 갈탱께 식사나 하고 갑시다.”

 

“그럼 그라까.”

 

그렇게 밥 한 그릇을 다 드셨습니다. 맛있게 식사를 끝내신 권사님, 깨골창도, 금식도 다 잊어버리시고 울 엄마 보고잡다고 하시면서 그날도 그렇게 잠이 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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