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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칼럼 = 원님과 봇짐장수

 

 

 

칼럼

 

 

                   원님과 봇짐장수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옛날에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이 장군들 속에 들어가 창과 방패를 들고 목청을 높여 말했다. 「여러분! 이 방패보다 더 단단한 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무리 날카로운 창으로 찔러도 끄덕 없습니다」 이번에는 창을 들고 소리쳤다. 「이 창만큼 날카로운 건 이 세상 아무데도 없습니다. 이 창에 찔리기만 하면 아무리 단단한 방패라고 뚫리고 맙니다!」 그러자 한 젊은이가 큰 소리로 물었다. 「당신의 말대로 하면 당신의 창은 그 어떤 방패도 뚫고 나가며, 당신의 방패는 그 어떤 창도 뚫지 못한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된다는 말이요?」 구경꾼들이 와! 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질문에 대답이 막힌 장사꾼은 급히 자리를 떠났다. 장사꾼은 왜 말문이 막혔을까? 그것은 모순율을 위반하고 자체 모순에 빠졌기 때문이다. 「모순율」이란 어떤 사고 대상에 대하여 동일한 시간과 관계 하에서 두 가지 모순되는 판단을 가질 수 없다고 확정하는 사고의 법칙이다. 즉 동일한 대상에 대하여 동일한 시간과 관계 하에서 서로 모순되는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모순율은 어떠한 사고나 판단에서든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판단을 동시에 단정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 고을에 사람됨됨이가 어찌나 고약했던지 마흔이 넘도록 시집을 오겠다는 여자가 없어 홀로 사는 남자가 있었다. 잘 생겼던 못생겼던 시집 오려는 여자만 있으면 장가를 들려고 애를 썼지만 응하는 여자가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언제나 만나는 사람에게 「여자의 말은 들을 바가 못되네!」 하고는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 남자를 한번 혼내 주려고 작심한 마을의 한 젊은이는 남자를 찾아가서 「저, 한 가지 물어 봐도 됩니까?」 「물어 보시오」 「여자의 말을 들어야 하오, 듣지 말아야 하오?」 남자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이라는 듯이 대답했다. 「아, 이 사람아, 여자란 원래 사람축에 못드는 존재야, 그런즉 여자의 말은 절대 들을 바가 못되네!」 「잘 알았수다.. 헌데 말이우.. 물어 보려고 했던 것은 다름 아니라 앞 마을에 사는 과부 한 사람이 당신한테 청혼을 해 달라구 부탁을 해 와서.. 」 젊은이는 이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 마흔이 넘도록 청혼을 받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남자는 밖으로 달려나가 젊은이를 막아 세우며 「이 사람 젊은이.. 그런데.. 여자의 말도 때로는 들어야 하네..」 이 이야기에서 남자의 주장은 두 가지 모순되는 판단이다. 남자는 늘 「여자의 말은 절대로 들을 바가 못된다」고 하다가 장가를 가기 위하여 「여자의 말도 때로는 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모순율을 위반한 것이다. 한 봇짐장수가 저녁 주막에서 암탉 한 마리를 삶아 먹고 이튿날 아침 봇짐장수는 주막집 주인에게 돌아올 때 숙박료와 암탉 값을 계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석달 후 봇짐장수가 주막에 와서 숙박료와 암탉값을 묻자, 주인은 주판을 퉁기더니 「이백냥이 올시다」 「뭐라구요? 이백냥이라니..」 「당신은 석달전에 암탉 한 마리를 먹었소. 그 암탉이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적어도 달걀 칠팔십 개는 낳았을 거구, 그 달걀을 부하시키면 칠팔십 마리 병아리가 되었을 것이오. 그래도 안면을 봐서 숙박료는 받지 않는 것이오」 봇짐장수는 주인과 다투다가 관청에 상소를 올렸다. 내용을 다 듣고난 원님은 주막집 주인의 손을 들어 주었다. 봇짐장수는 원님의 엉터리 판결에 「그러시다면 제가 내일 돈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동안 나으리 판결이 지당한가를 다시 생각해 보시길 바람니다」 이튿날 원님과 주막집 주인은 봇짐장수가 돈을 가지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 때가 되어 봇짐장수가 나타났다. 「왜 이렇게 늦었는가?」 「예, 오늘같은 좋은 날씨에 보리를 심으려고 보리 종자를 삶다보니 그만 늦었소이다」 원님은 노발대발 하면서 「보리 종자를 삶다니.. 삶은 보리 종자에서 어떻게 싹이 난단 말이냐?」 「나으리! 지당한 말씀이외다. 삶은 암탉이 달걀을 낳을 수 있습니까? 나으리 판결대로 한다면 삶은 보리종자도 싹이 나야 하지요. 나으리의 지당한 말씀을 듣고 저는 이만 돌아 갑니다」 원님은 관가문을 나서는 봇짐장수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 아무말도 못하고 말았다. 원님은 자체 모순에 빠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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