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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칼럼 = 지혜로 인생을 비추어 보라

칼럼

 

 

                       지혜로 인생을 비추어 보라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어떤 사람이 이상하게 생긴 개미집을 발견했다. 낮에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밤에는 연기만 뭉실뭉실 피어 올랐다. 이를 발견한 사람이 지혜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상한 개미집이 있습니다.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지혜 있는 사람이 대답했다. “그대에게 있는 칼을 빼라. 그 칼로 개미집을 파 헤쳐라” 개미집을 발견한 사람이 칼을 빼어 개미집을 파 헤쳤다. 그러자 여러 가지가 나왔다. 지혜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그 모두를 버려라” 했다. 모두를 퍼냈더니 마침내 물거품이 가득했다. 역시 모두 퍼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거북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역시 칼끝은 무참히도 거북이를 찍어냈다. 그 다음에는 용이 도사리고 앉아 있었다. 지혜있는 사람은 말했다. “그 용만을 그냥 두고 그 밖에 모두를 버려라. 용을 괴롭히지 마라. 그를 자유스럽게 두어라. 그리고 공경하라” 낮에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밤에는 연기만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개미집은 인생살이다. 밤에는 일을 궁리하고 계산하며 내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낮에는 동서남북으로 다니며 일을 한다. 불꽃이 타 오르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밤낮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 문제를 들고 나온 사람이 구도자이다. 구도자는 인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궁리하고 연구하고 밝혀진 길로 살아가고자 한다. 이 길을 가르쳐 주는 지혜 있는 사람은 부처님이다. 그래서 구도자는 부처님에게 인생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묻는다. 부처님은 칼을 빼어 개미집을 파헤치게 했다. 칼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지혜다. 반야(般若)가 칼이다. 이것은 만인이 본래부터 가진 것이다.

결국 지혜로 인생을 비쳐보는 것이다. 반야에 의한 인간분석이다. 인간이 무엇인가? 지혜로 비춰보고 거기서 그의 구성요소를 밝혀낸다. 그리고 그 요소가 허실(虛實)을 가리고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취하고 긍정하고 가치로 삼아 그를 성실히 추구하는 것을 보여준다. 개미집 이야기는 <남전중부경전 23. 의지경(蟻俧經)>의 한 토막을 요약한 것이다. 지혜로 비추어보면 인생은 몇 가지 층을 이루고 있다. 우선 표면상으로 잡다한 복합을 이루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물거품과 같이 공허한 것이며 겉모양 뿐이다. 인생에는 견고하고 소중한 듯 보이지만 필경 허무위에 떠 있는 물거품과 같다. 지혜의 눈은 이 물거품을 밝혀낸다. 모든 존재 자체의 공허성 - 지혜의 칼은 이 공허성의 밑바닥을 파헤친다. 그리고 거기서 거북을 들추어낸다. 물거품을 만든 자는 거북이었다. 그러면 거북은 무엇인가? 거북은 망심(妄心)이다. 망심은 참된 자기를 상실하고 거짓으로 무장한 자아를 설정하여 그것을 가치로 삼고 자기 근거로 삼는 도착된 자기의식이다. 부처님은 거북을 극복하라고 가르친다. 반야의 지혜에 비친 바로는 이 망심이라는 거북도 실로는 없는 것이다. 망심도 망각이었다. 망심의 공(空), 이것이 반야가 비쳐준 견해다. 이것을 경전에서는 칼로 거북을 잡아내라고 표현하였다. 망심의 거북을 끌어낸 자리에 앉은 것이 용이었다. 여기서 용은 불성을 가리킨다. 이 불성은 인간의 참된 성품이며 일체존재의 실상이다. 일체 성현도 중생도 함께 있고 나도 너도 일체 경계도 그것이로되 그가 아닌 근원적 실재 - 여기에 이르러서는 유(有)가 아니고 무(無)도 아니다. 유무가 아닌 것도 아니다. 숨은 것도 초월자도 아니며 눈 앞에 전면 드러나 있다. 이것이 본연의 모습이며 만인의 모습이다. 이것을 용으로 비유했다.

“그 용만을 두라. 그 밖에는 모두를 버려라. 용을 괴롭히지 마라. 그를 자유스럽게 두어라. 그리고 공경하라” 이 말씀은 바로 인간의 참된 모습을 말해 주는 것이며 인간이 살아갈 길을 명확하게 설파한 말씀이다. 인간의 본래 면목은 차치하고 인간이란 서로 만남에서 시작된다 하겠다. 불자의 삶은 부처님의 끝없는 은혜의 삶이다. 지금의 즐겁고 좋은 일은 인연에 따라 생긴 것으로 언젠가는 인연이 다하면 없어질 것이니 마냥 기뻐할 것이 아니며, 지금 겪는 고통과 역경도 지나온 인연에 의해 생긴 것으로 지나 온 인연이 다하면 없어질 것이니 너무 원통해 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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