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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10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10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시꺼먼 징의 피막을 깎아 속에 숨어 있는 광을 드러내 주는가 하면 아구리 부분을 끼워 엄쇠로 고정시켰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함께 일하던 일꾼들의 시선은 어느새 종달이에게로 쏠리고 있었다.

강범구 씨도 이제는 아들이 일에 더 이상 거들어 줄 것이 없는 듯 마지막 징 만드는 아들의 손길에 시선을 멈추고 있었다. 징에 칼대를 되어 깎을 때 강범구 씨는 가질통(궁글통)을 발로 밟아 머리쪽을 회전시켜 주고 한 사람이 칼대의 날을 갈아 주었을 뿐 이제 남은 일은 종달이 혼자서 하고 있었다. 종달이는 가질을 하면서 징의 바깥부분에 상사(나이테 모양의 줄 무늬)를 넣고 쇠의 안과 바깥 쪽 모두를 깎아 윤기가 나도록 하여 상사가 따로 새겨지지 않는 백매구작업도 이제 끝이 났다.

이제 징은 소리와 모양을 제대로 갖춘 하나의 악기가 되었다. 다만 가질 과정에서 흐트러진 징의 소리를 다시 한번 정리하여 완전한 한 개의 악기가 되도록 하는 마무리 단계만 남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가질을 하여 징의 모양을 다듬어 주는 동안 깨어 놓았던 울음이 그만 숨어 버렸다. 참으로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강범구 씨는 어깨가 풀삭 무너지는 듯 하였다. 종달이도 맥이 빠지는지 얼굴에 당혹스러운 빛이 역력했다. 종달이는 다시 울음을 찾아주는 재울음 잡기에 바쁘게 손을 놀렸다.

재울음 잡는 것은 이미 깨워 놓은 울음을 찾아내는 것이다. 풋울음을 잡는 것에 비하면 한결 수월했지만 만일 재울음 잡기에 실패할 경우 지금까지 공든탑은 한순간 무너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일도 무척 초조하고 긴장되었다. 종달이는 앞에서 찾아 놓은 소리의 길을 더듬어 망치질을 했다. 이를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망치질이 끝나자 한 뼘 만큼의 간격으로 징 부분에 구멍을 뜷고 끈을 끼웠다. 이제 징 만드는 직업은 모두 끝이 났다.

남은 것은 소리다. 어떤 소리가 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나누어진다. 과연 징다운 소리가 날지 어떨지 피를 말리는 긴장감이 얼굴에 가득 고였다. 두들기면 쇠소리는 나겠지만 그것이 우우웅... 바람을 타고 산 굽이굽이를 돌아 흐르는 예술적 혼이 묻어나는 징의 소리가 아니라면 그 징은 대장간의 구석에 버려져야 할 쇠붙이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징이 징다운 소리를 낼지 아닐지 그것이 강범구 씨와 종달이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자 이제 다 되었으니 가자.”

그렇게 말한 강범구 씨는 완성된 징을 가지고 마을 뒷산으로 아들과 함께 올라갔다. 같이 징 만드는 일을 한 복동이와 두 늙은이도 따랐다. 높은 언덕에 오르자 오늘 따라 날씨는 쾌청하고 하늬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강범구 씨는 아들과 나란히 마을을 내려다 보며 오른손에 징을 들고 왼손에 채를 잡고 징을 힘차게 두드렸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바람을 타고 산 굽이굽이를 돌아 흐르는 소리는 지금까지 강범구 씨가 그처럼 아들에게 바라던 바로 그 소리였다. 끊어질 듯 이어지며 긴 여운을 멀리 남기고 메아리로 사라지는 나지막한 울림,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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