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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8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8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돋움질이 끝나자 3개로 포개져 있는 바디기를 하나씩 분리하는 냄질 과정으로 들어갔다. 종달이는 3개로 포개져 있는 바디기를 불에 달군 후 강범구 씨가 쇠의 양 끝쪽을 집게로 잡아 주자 앞메꾼이 댄잽이로 안쪽 두 장의 바디기를 접었다. 그러자 종달이는 다시 바디기를 풀무에 달구어 접힌 두 장의 바디기를 부주갱이와 밴작잽이를 빼냈다. 나머지 두 장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왼쪽의 것을 접어 빼내자 석장의 바디기가 분리 되었고 우개리(각각 분리된 바디기를 말함) 중 겉쪽 우개리는 나머지 둘 보다 두꺼운 터이라 메질을 다시 한번 했다.

이 메질은 메꾼이 했다. 그런데 냄질을 하는 과정에서 구멍이 났다. 그러자 구멍난 부분에 땜질을 하여 형태를 바로 잡았다. 그리고 나서 종달이는 하나씩 분리된 우개리를 센밑돌 위에 놓았다. 센메, 전메, 앞메꾼이 각자의 메를 징의 아구리 속에 넣어 자기쪽으로 당겨가며 징의 시울과 바닥을 골라 주었는데 이때 강범구 씨는 센메를 맡았다. 종달이는 손메를 사용하여 싸개질을 해 나가자 징에 가까운 형태가 되어 갔다. 싸개질로 우개리의 모양을 고르고 나서 소금물에 행구어 냈다.

우개리를 소금물에 행구는 것은 쇠를 부드럽게 만들어 징의 형태를 잡는데 용이하기 위해서이며 징의 수명을 길게 하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개리의 물기가 마르자 이번에는 시울의 각도(귀미 각도)를 잡아 주는 부질로 들어갔다.

종달이는 우개리를 불에 달구어 가며 손메로 시울 부분을 고르게 펴준 다음 품망치로 시울을 옥게 하고 귀미 각도를 잡았다. 적당한 각도를 잡는 기술이야말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오랜 경험을 통한 감각이 요구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은 용기가 났다. 제법 익숙한 손놀림으로 종달이는 귀미 각도를 잘 잡아 나갔다. 부질 단계를 거친 우개리는 이제 그럴듯한 징의 모양을 갖추었다. 뜨거운 화력火力과 세찬 메질에 단련된 쇠는 이제 물을 만나 강함과 유연함을 한 몸에 지니게 되었다.

징 형태를 잡은 쇠를 뜨거운 불에 달구어 찬 물에 담금질 하는 것은 단단한 쇠를 유연하게 풀어주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징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특유의 성질을 갖게 되는 것이다. 종달이는 달금질을 하면서 쇠가 달구어진 상태를 각별히 주의했다. 쇠가 너무 발갛게 달구어졌을 때 물에 담그면 형태가 완전히 틀어져 버리게 되고 적게 달구어진 상태에서 담그면 깨어져버리기 쉽기 때문에 적당하게 불그스름해진 상태에서 담금질을 해야 했다.

징이 징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담금질에 달려 있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마다 담금질을 하는 능력과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담금질을 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지금 강범구 씨는 아들에게 이 담금질 기술에 역점을 두어 가르치고 있었다. 강범구 씨는 아들에게 몇번이고 담금질 기술의 중요성을 말과 손짓을 해가며 가르쳤다.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종달이는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였다.

갑자기 강범구 씨는 아들이 불쌍했다. 이 녀석인들 어디 열정을 쏟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잘 안되는 모양이었다. 자신과 아들은 지금까지 남에게 한 줌의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건만 어찌하여 천지신명께서는 아들에게 이토록 좋은 소리를 내려주지 않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아들에게 신의 영험을 내려주시어 징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징을 만들도록 힘과 용기를 달라고 빌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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