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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7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7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톱밥은 흩는 즉시 쇳물이 온도에 의해 타버리고 쇳물은 식어 손바닥 보다 조금 큰 덩어리가 된 이른바 바디기가 되었다. 종달이는 바디기를 충분히 식혀 붉은 빛이 검게 변하자 집게로 몰돌에서 꺼냈다. ‘바디기를 꺼내면서 바디기가 충분히 식었는지 잘 살피고는 바디기에 매질을 가했다. 강범구 씨는 바디기에 메질을 하는 아들에게 메질을 한꺼번에 많이 하지 말고 조금씩 하면서 바디기를 넓혀 가라고 말과 손짓으로 일러 주었다.

잠시후 바디기는 뉘핌질로 넘어왔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징 제작이 시작되는 터이라 강범구 씨와 종달이는 여간 신경이 쓰이질 않았다. 여기에서 최대의 기술이 발휘되지 않으면 징다운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각별히 신경을 쏟아서 하는 부분이 바로 이 작업인 것이다. 종달이는 바디기를 다시 화덕에 달구었다. 불그스름한 빛이 나자 강범구 씨는 바닥다리 집게로 집어 종달이에게 건네주었다.

종달이는 왼손에 든 몽골잽이로 제빨리 머루띵이(머루대) 위에 올려 놓았다. 그러자 강범구 씨는 머루띵이 위에 올려진 바디기를 왼손의 몽골잽이와 오른손의 도래미 집게를 사용하여 적절하게 돌려가며 메질할 부분을 지시했다. 강범구 씨의 지시에 따라 센메, 전메, 앞메꾼의 차례로 메를 내리쳤다. 센메는 종달이가 맡고 전메와 앞메는 같이 일하는 50이 넘은 두 늙은이가 맡았다.

요즘 농촌에서는 모두들 도시로 나가고 젊은 장정들이 없기 때문에 이 두 늙은이가 임시로 대장간 일손을 거들고 있었다. 메는 바디기위 중심에서 가장자리 쪽으로 치면서 쇠를 늘려갔다. 세 사람에 의해 메질이 계속되었다. 메질을 계속하다보니 달구어진 바디기가 식어 초바닥 상태가 되었다.

강범구 씨는 초바닥 상태가 된 바디기를 다시 불무에 넣어 달구어진 바디기를 조금전처럼 메질을 하자 다시 초바닥 사태가 되어 또다시 달구기를 반복했다. 달구어진 바디기는 여러번 메질을 했다. 메질이 진행되는 동안 복동은 계속 풀무질을 했다. 복동은 아랫 마을에 사는 초등학교만 나와 집에서 노는 아이였는데 징 만드는 일을 배우겠다면서 며칠 전부터 강범구 씨의 대장간에서 일을 거들고 있었다.

바디기가 늘어나자 종달이는 바디기의 고르지 못한 가장자리를 알맞은 크기로 고무칼로 잘랐다. 가장자리가 다듬어진 바디기3개씩 한 짝을 이루어 돋움질 과정에 들어갔다. 뉘핌질에서처럼 종달이가 들려주는 바디기를 센메, 전메, 앞메의 순으로 내리쳤다. 이번에는 강범구 씨가 전메를 맡았다.

종달이는 왼손에 초잽이 오른손에 도레미 집게를 들고 바디기를 들려주다가 바디기가 늘어남에 따라 왼손의 초잽이 중잽이, 한잽이로 바꾸어 가며 작업을 해 나갔다. 사람만큼 예민한 쇠다. 쇠는 사람들의 호흡과 감정을 그대로 읽어낸다. 같은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메를 내리쳐도 메질하는 사람의 감성에 따라 쇠는 반응한다. 누구와 다툼을 하거나 기분이 좋지 못한 일이 있는 상태에서 메질을 하면 쇠는 어김없이 깨져 버리는 것이다.

분명히 평상시와 똑 같이 메질을 했는데도 쇠는 사람의 손 끝에 묻어 있는 감정을 읽어낸다. 그래서 집안에 불길한 일이 있거나 누구와 다툼이 있었던 날이면 아예 작업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손실만 생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아들이 만든 징에서 거듭 실패한 것도 어쩌면 이런 일 때문이 아닌가 하고 강범구 씨는 생각했다. 그야말로 쇠는 사람의 감성感性을 읽어낼 수 있는 교감이 서로 간에 형성되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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