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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4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4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하지만 몇 일전만 해도 이런 마음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을 때 종달이는 더 이상 징 만드는 일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니 자기와 징은 처음부터 인연이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징 만드는 일을 포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아버지에게 불효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자 종달이는 다시 용기를 갖고 최선을 다해 징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뚱땅 뚱땅 뚜두당 뚱당...”

오늘도 강범구 씨는 아들이 두드리는 망치소리를 들으며 지금까지 수 없이 반복해 온 징다운 소리가 나지 않는 징을 원망하며 징 만드는 아들의 손길을 바라보면서 이번에도 또 실패인가 하는 초조한 마음이 강범구 씨의 가슴을 무겁게 짖누르고 있었다. 50년 만에 처음이라는 여름 무더위가 불에 달구어진 무쇠덩이의 열기와 함께 대장간은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종달이는 망치질을 하느라 웃옷을 벗고 런링샤스 하나만 걸치고 있었지만 땀은 도랑물처럼 가슴팍 근육을 타고 줄줄 흘러 내렸다. 더위도 이렇게 더운 날씨는 난생 처음이었다.

못 배운 놈 도시에 나간들 이만큼 일 안하고 어데가서 우째 밥을 먹고 살끼고..”

언젠가 아버지가 히시던 말씀이 오늘따라 종달이의 뇌리에 실타래처럼 감겨 들어 왔다. 아버지의 이 말씀이 하나도 틀린데가 없다고 생각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집을 도망쳐 큰 도시로 나가 보고 싶었지만 못배운 놈 도시에 나간들 아버지의 말씀처럼 이만큼 힘 안들이고 벌어먹고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손을 놀렸다. 그런 아들의 손놀림을 바라보고 있는 강범구 씨는 자신의 지난 일들이 영화의 필림처럼 머리 속으로 감겨 들어왔다.

여덟 살 되던 해 아버지가 6. 25 전쟁으로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살기가 어렵던 때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자식을 데리고 살아갈 길이 막막해 궁여지책으로 최 씨네 집안으로 개가改嫁를 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개가改嫁로 최씨 집안으로 들어가자 하루 세끼 밥 걱정은 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밥만 축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무엇이든지 밥값은 해야 했으므로 강범구 씨는 의붓삼촌에게로 보내져 일을 돕게 되었다.

의붓삼촌은 경북 김천의 한 징점으로 일을 다녔는데 의붓삼촌을 도와 일을 다니게 된 것이 징과의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징과의 첫 만남은 가슴 설레이는 감흥感興이 아니라 고된 허드렛일부터 시작되었다. 징점의 잔심부름이며 소꼴을 배는 일, 부엌 설거지 등의 온갖 잡일이 그에게 맡겨진 일이었다.

경쾌한 박자를 이루며 내리쳐지는 망치질에 따라 새로이 태어나는 쇠의 모양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고 특히 대정이(최고의 기술자)가 비로소 징을 완성시키는 울음잡기를 할 때면 일을 하면서도 귀와 온 신경이 그리로 쏠렸다. 징의 울음에는 분명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신비함이 있었다. 그런 끌림을 참지 못해 사람들이 잠든 새볔 몰래 밖으로 나와 징 만드는 일을 흉내 내어 보곤 하였다. 그것이 그의 어린시절의 유일한 놀이이고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놀이 삼아 해 보던 일이 점점 손에 익어 오는 듯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자기도 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징 작업하는 곳을 오가며 눈여겨 일을 익혔고 새볔이면 어김없이 낮에 본 대로 흉내를 내어 보았다. 이렇게 차츰 징 일을 강범구 씨는 품안으로 끌어 들리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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