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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3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3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아들도 자신이 만든 징이 아버지가 만든 징보다 못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 차리고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저 놈이라고 이런 소리를 원했을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되는 걸 어찌하나.. 생각하면 불쌍하다. 에비 잘못만나 이런 고생을 시키는가 싶어 가슴이 메였다.

아무리 해도 안되니까 저 놈도 답답할테지... 이런 생각에 강범구 씨는 가슴이 저려왔다. 강범구 씨는 말과 손짓을 함께 섞어가며 이래 가지고서는 징이 될 수 없다고 나무랐다.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좀더 육신과 영혼을 덤뿍 쏟아 부어라는 제스츄어였다. 아버지의 꾸지람에 두 손을 모아 싹싹 비는 아들이 안타깝기만 했다.

한 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했다. 저 놈이라고 어찌 말 못하는 벙어리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는가. 이 모든 것은 부모의 덕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강범구 씨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지만 장인匠人이 될려면 눈물은 없어야 한다. 더 강하게 더욱 강하게 두드리며 매질을 해야 한다.

불에 달군 쇳덩이는 더욱 두드려야 강해지 듯이 이 놈도 더욱 두드려야 한다. 허약하게 눈물을 보여서는 안된다. 아들이라고 적당히 넘어가서는 절대로 장인匠人이란 최고의 자리에 올라 설 수가 없다. 장인이 되는 데에는 추호도 동정은 없다. 나도 그렇게 배운 장인匠人이 아니였던가..

그렇게 생각한 강범구 씨는 아들에게 더욱 징을 만드는데 열정을 쏟아부어 주기를 주문했다. 아들도 그리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못난 애비를 만나 자식을 이런 고생을 시킨다고 생각하자 강범구 씨는 또 한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징이 울리면 신이 내린 듯이 하늘이 우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라가 나야 그것이 악기로서의 징이다. 그런 소리가 나지 않고 둔탁한 쇠붙이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면 그 징은 불에 녹여서 다시 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연의 과정을 지금까지 수 없이 반복하고 있으니 강범구 씨는 마음이 답답하고 초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들이 만든 징에서 자신이 만든 징과 같은 똑 같은 소리가 나오기를 강범구 씨는 학수고대 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의 문명에 밀려 그 누구도 우리의 전통 악기에는 관심조차 없는 징 만드는 일을 자식에게 맥을 이어가도록 하겠다는 아버지의 불타는 열정을 종달이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징을 만들어 보지만 막상 완성된 징을 두드려 보면 아버지가 만든 징소리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금 그런 일이 끝도 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돈을 생각하면 당장 이 일을 접고 싶지만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우리의 전통 악기인 징이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자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이 일을 자식에게 물려 줄려고 한다면 이 일을 자식이 마땅히 물려 받는 것이 아버지에 대한 효도라고 종달이는 생각했다. 그래서 종달이는 더욱 열심히 이 일을 배울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웬지 아버지가 바라는 징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으니 그것이 답답할 뿐이었다.

답답하기로 말하면 강범구 씨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배울 때는 쉽게 징다운 징을 만들었는데 아들이 만든 징은 왜 이토록 징다운 징이 만들어지지 않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두드려 보면 그것은 쇠붙이의 둔탁한 소리일 뿐 신이 내린 하늘이 우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가 아니었다. 답답하여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버지의 이런 답답한 심정을 아는지 종달이도 이번에야 말로 육신과 영혼을 몽땅 쏟아부어 아버지가 그처럼 바라는 징을 꼭 만들겠다는 각오로 몇 번이고 다짐을 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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