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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분노의 세월 제10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분노의 세월 제10

 

 

        분노의 세월

 

 

 

두 사람은 고구려 전역을 돌며 을불의 생김새와 비슷한 사람을 물색했다. 넓은 이마, 빛나는 눈동자에다 귀가 큰 사람, 키는 보통 키고 얼굴은 약간 둥근 사람, 이것이 창조리가 두 사람에게 설명해 준 을불乙佛의 생김새 전부였다.

그러나 그런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려웠다. 한 군데가 맞으면 두 서너 군데가 틀렸고, 두 서너 군데가 맞으면 또 한 군데가 부족했다. 조불과 소우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 순간도 눈길을 떼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민망스러울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몇 달이 흘러 조불과 소우는 두만강 한 가람가에 이르렀다. 그 때 두 사람의 뱃사공 있었는데 그 중에 유독 한 사람이 조불과 소우의 눈길을 끌었다. 조불과 소우는 동시에 어떤 직감에 이끌려 그 뱃사공 앞으로 걸어갔다. 조불이 낮은 목소리로

"저 혹시 왕손이 아니시오?”

하고 묻자 그 뱃사람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왕손이라니요. 아 아닙니다! 왕손이 이런 일을 합니까. 난 아닙니다.”

하면서 펄쩍 뛰면서 단호하게 부인하였다. 하지만 얼굴 어딘가에는 약간 당황하는 표정으로 보나 순간적으로 광채를 띠는 눈빛으로 보나 자기들이 찾고 있는 을불乙佛이 틀림 없다고 확신했다. 조불과 소우는 마음속으로 을불이 맞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는 곧 엎드려 예의를 갖춘 뒤 자신들의 신분을 밝혔다. 조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왕이 포악하여 나라가 어지럽고 도탄에 빠져 백성들은 굶주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상 창조리 대감께서 왕손을 찾아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니 대군께서는 부디 허락 하시옵소서.”

하자 이번에는 소우가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자면 대군께서 나셔야 하옵니다.”

두 사람의 난데없는 말에 을불乙佛은 당황했다. 하지만 혹 봉상왕이 자기를 죽이려고 보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치미를 떼었다.

이보시오 선비님들! 나는 거지나 다름없는 떠돌이 백성이오. 왕손이라니 당치도 않소이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들은 나에게 절을 하며 난데없는 소리를 하는거요? 괜히 생사람 잡지 마시오. 나는 절대로 왕손이 아닙니다.”

하지만 조불과 소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조불이 말했다.

생사람을 잡고자 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이번에는 조우가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저희 말을 믿어 주시옵소서.”

오히려 조불과 소우는 시치미를 떼는 을불乙佛의 행동에 새로운 확신을 얻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였다. 조불이 먼저 말했다.

저희는 국상께서 보낸 의두대형頭大兄으로 북부의 조불과 동부의 소우라고 하는데 제가 조불이고 옆에 있는 이 분은 소우라 하옵니다. 저희는 언젠가 먼 발치에서 대군을 뵌 적이 있사옵니다. 부디 저희를 의심하지 마시고 함께 가셔야 하옵니다. 대군을 찾기 위해 벌써 여러 달을 전국 방방곳곳을 돌며 찾고 있는 중이옵니다. 악행을 일삼고 있는 지금의 왕을 몰아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분은 오르지 대군 뿐이옵니다. 하오니 대군이 아니라고 더 이상 숨기지 마시옵소서. 대군을 이 두만강 가람가에서 만난 것도 하늘이 도운 것이옵니다.”

소우도 말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희들은 국상께서 대군을 찾기 위해 보낸 사람이니 믿어주시옵소서.”

조불과 소우가 이렇게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며 애원하자 그제야 을불乙佛은 실토했다.

더 이상 내가 무엇을 숨기겠소! 나는 을불이 맞소이다."

그러자 조불과 소우는 을불 앞에 엎드려 두 번 큰 절을 올렸다. 그리고 을불은 그들을 믿고 말을 타고 함께 도성을 향해 떠났다. 조불과 소우가 을불을 찾아 왔다는 소식을 들은 국상 창조리는 기뻐하며 을불乙佛에게 나아가 큰 절을 올리고 나서 그의 손을 잡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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