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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분노의 세월 제9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분노의 세월 제9

 

 

       분노의 세월

   

 

 

 

국상國相인 충신 창조리는 밤이 으슥해지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긴 촛불이 몽땅하게 짧아지도록 그는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무래도 더 이상 봉상왕의 폭정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될 듯 싶었다.

봉상왕이 자신의 삼촌들을 죄없이 죽이고 마지막 남은 왕손 을불乙佛까지 죽일려고 전국에 군사를 풀어 을불乙佛을 찾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지금 조정에서 벌이는 궁궐 증축 공사는 규모가 방대하여 자칫 잘못하다가는 재정이 바닥나 나라를 위태롭게 할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해마다 흉년이 들고 천재지변이 많아 농사를 망친 백성들은 굶기를 밥먹듯 하며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고 봉상왕이 무모한 궁궐 공사를 벌여 전국의 젊은이들을 모두 다 끌고 가자 공사에 동원된 청년보다 신라나 백제로 도망치거나 고향을 등지고 유랑 걸식하는 젊은이들의 수가 몇 배나 더 많았다. 이렇게 되다보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도적떼가 일어나고 정부 관리에 대한 불신과 재산을 가진 자에 대한 약탈이 빈번해지고 있었으니 국상 창조리는 이러다가는 나라가 망하지나 않을까 무척 걱정이었다. 창조리는 며칠 전에도 봉상왕을 알현한 자리에서 무모한 궁궐 증축 공사를 중단하고 백성들의 안위를 도모해야 한다는 자신의 뜻을 내비치었다가 오히려 봉상왕의 노여움과 미움만 사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창조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으으음... ”

국상 창조리는 또 한 잔의 술을 마셨다. 상당히 많은 술을 마셨지만 웬지 술이 취하지 않았다. 이러다간 자신의 목숨마져도 위협받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어렴풋하게나마 뇌리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왕을 폐하는 수 밖에 없다. 다른 방법이 없는걸..’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국상 창조리는 비장한 결의를 한 듯 손에 술잔을 꽉 쥐었다. 그것만이 자신이 살길이며 또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고 이 나라 사직을 살리는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국상 창조리는 일어나 벽장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칼집에서 칼을 뽑아 칼날을 바라 보았다. 촛불에 비친 칼날의 섬광이 물고기 비늘처럼 번쩍거렸다. 한일 자()로 굳게 다문 그의 입술에는 비장한 결의가 감돌았다.

으음. 그렇다면 누구를 다음 왕으로 세워야 할까?’

지금의 봉상왕은 칼로 목을 베면 끝나지만 다음에는 누구를 왕으로 옹립할까 하는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그는 한참동안 생각하다가 왕족으로는 단 하나 남은 을불乙佛이 적합하지만 그의 행방도 알 수 없으니 그것이 걱정이었다. 만일 봉상왕을 죽여 놓고 후계자가 없다면 더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깊은 고민에 빠져 들었다.

국상 창조리는 빼든 칼을 손에 잡은 채 방안을 서성이다가 문득 머릿속으로 한 순간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인물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을불 밖에 없었다. 을불乙佛이라면 능히 왕의 재목材木이 되고도 남을 것이었다. 물론 왕으로서 전통성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을불乙佛의 행방이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더구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동안 허공을 응시하던 국상 창조리는 단호한 결단을 내린 듯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얏! 하며 기합을 넣으며 허공을 한번 힘차게 내려쳐 보았다. 그의 눈은 별처럼 빛났다.

일단 사람을 풀어 을불을 찾아 보자! 어딘가에 꼭 살아 계실 것이다!..’

국상 창조리는 일단 봉상왕을 죽이는 것을 보류한 후 다음 날 아침 일찍 북부의 조불曺佛과 동부의 소우小雨를 불렀다. 조불과 소우는 문무를 겸비한 중요한 직책을 맡은 의두대형衣頭大兄 작위를 가진 충신이었다. 창조리는 두 사람에게 자신의 뜻을 말하고 을불을 찾아 올 것을 명령했다. 조불과 소우는 창조리의 뜻에 따를 것을 굳게 맹세하고 곧 바로 말을 타고 을불을 찾으러 길을 떠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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