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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분노의 계절 제8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분노의 계절 제8

 

 

          분노의 세월

 


이 남자의 이름은 돌고乭高의 아들인 을불乙佛이었다. 지금의 왕인 봉상왕은 포악 무도하기가 이를 데 없어 자신의 삼촌인 안국군 달가達家와 동생인 돌고乭高까지 역모로 몰아 죽이고 돌고의 아들인 을불마저 죽이려 하였으나 이를 눈치 챈 을불은 그 날밤 야반도주를 하여 거지처럼 지금까지 이렇게 정처없이 전국을 떠도는 나그네 신세가 된 것이었다. 왕족으로서는 을불乙佛만이 혼자 남은 유일한 혈육이었다.

을불乙佛의 눈에서는 가슴을 적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그저 지난 날이 모두 한 줄기 일장춘몽一場春夢 같을 뿐, 지금의 자기 신세를 한탄하기에는 가슴이 벅차고 답답해 입에 칼을 물고 스스로 자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을불乙佛은 주모의 계략에 빠져 한순간 장사 밑천인 소금을 다 빼앗기고 혹독한 매질까지 당한 채 아픈 다리를 절룩거리며 관아의 문전에 내팽개쳐졌다. 을불乙佛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목적도 없이 정처없는 길을 다시 걸었다. 어찌 생각하면 왕족으로서 지금까지 이렇게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이 하늘이 내린 기적같이 생각되었다.

지금까지 무척이나 고통스러고 힘겨운 삶을 살아 오너라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제대로 먹지 못해 얼굴은 깡말랐고 몸은 뼈만 앙상했다. 게다가 때자국이 묻은 옷은 남루하고 머리카락은 지저분하게 헝클어져 있었다. 이런 그의 모습 때문에 아무도 그를 왕족이라고 의심하거나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지금 봉상왕은 전국에 군사를 풀어 미친듯이 을불乙佛을 잡아 들이기 위해 코끝이 빨갛게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 그의 남루한 행색과 형편없는 거지같은 몰골이 을불乙佛에게는 오히려 도피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봉상왕은 자신의 폭정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역모를 염려하여 을불乙佛을 반드시 찾아내어 죽이려 했던 것이다. 그러자 을블乙佛은 숨어 다녀야 하는 처지였고, 그 때문에 주막집 주모가 씌운 도둑 누명에 대해 신분을 밝히면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고스란히 당해야 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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