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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분노의 계절 제7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분노의 계절 제7

 

 

       분노의 세월

 

 

 

그래 무엇 때문에 날 보자고 하시오?”

주모는 얼굴을 남자에게 가까이 갖다 대며 농담처럼 말했다.

저 소금 한 말을 공짜로 줄 수 없겠수?”

주모는 입가에 꽃같은 웃음을 흘리며 치맛자락을 한 손으로 걷어 위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 하면서 허연 허벅지를 연신 들어내 보이는데 속옷중이도 입지 않는 알몸 그대로였다. 여자의 탐스러운 알몸이 남자의 눈에 들어오자 그 동안 고생살이에 시달려 힘없이 번데기처럼 사타구니 사이에 고개를 푹 숙이고 납작 엎드려 있던 그것이 벌쭉 일어섰다.

생리적으로 일어서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애써 솟구처 오르는 욕정을 애써 참았다. 나이가 오십 초반은 되었을 성싶은 주모酒母는 오랫동안 과부로 혼자 사느라 남자의 옆에 못가선지 발정한 고양이처럼 꼬리를 연신 흔들며 남자를 유혹했다. 남자는 이 여자가 자신을 꼬실려고 하는구나 싶어 정신을 바짝 차려 주모酒母의 알몸에서 얼른 눈을 돌렸다.

남자는 주모가 오죽하면 이런 방법으로 소금을 얻을려고 하는가 싶어 성관계를 하지 않고 공짜로 소금 한 말을 퍼주었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주모는 또 다시 소금 한 말을 달라며 생떼를 쓰다시피 남자를 졸랐다.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치맛자락을 걷어 부치고 속살이 환하게 보이는 아랫도리를 보이면서 소금 한 말을 주면 몸을 허락해 주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넌지시 유혹의 꼬리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홀애비 사정은 과부가 알고 과부 사정은 홀애비가 아는데 보아하니 홀애바 같은데 과부로 사는 내 사정을 모를 리가 있겠수. 그러니 소금 한 말 주고 오늘밤에 나를 보듬어 안고 자시오.”

그러자 남자는 말했다.

이보시오! 자꾸 소금을 공짜로 달라고 하면 어떡하오. 공짜로 자꾸 퍼주다간 얼마 후에는 밑천이 거들날지도 모르지 않소. 더는 공짜로 줄 수 없소!”

하면서 냉정하게 주모의 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여자는 계속 아이처럼 칭얼거리듯 소금을 달라고 졸라댔다. 그러면서 밤이면 남자가 잠자는 방에 들어와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면서 노골적으로 알몸을 보이면서 성관계를 요구했다. 남자는 주모가 소금을 공짜로 얻을려고 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남자는 끓어오르는 욕정을 꾹 눌러 참으며 거절했다.

아무리 유흑을 해도 남자가 거절하자 주모는 마을 사람들에게 소금 한 말을 주기로 하고 소금장수와 하룻밤 동침을 하기로 했는데 동침만 하고는 약속대로 소금을 주지 않는다고 동네방네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다.

게다가 주모는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일 당장 주막을 떠나라고 남자에게 소리치며 화를 냈다. 이렇게 되자 남자는 더 이상 이 주막에 머무르고 있을 수가 없어 날이 밝자마자 떠나겠다고 주모에게 말했다.

그날 밤 남자가 정신없이 깊은 잠에 빠져 들었을 때 주모는 아무도 모르게 남자의 소금 가마니 속에 자기의 신발 한 짝을 숨겨 두었다. 남자를 도둑으로 몰아 소금을 모두 빼앗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남자는 잠에 빠져 주모의 이러한 음흉한 계략을 알 리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소금 가마니를 지게에 얹어 짊어지고 주막을 나섰으나 곧 바로 주모와 공모한 사내들의 손에 끌려 압록성 관가에 잡혀가는 신세가 되었다. 아무런 영문을 모르는 남자는 성주城主 앞에 끌려가 결백을 주장했지만 자기의 소금 가마니에서 주모의 신발 한 짝이 나오자 그만 할 말을 잃은 채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이놈아! 이래도 아니라고 거짓말을 할 것이냐?"

하는 성주의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모가 씌운 도둑 누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고 고스란히 당해야 했던 것이다.

어차피 내 인생은 망친 것인데 더 이상 변명을 해 본들 무슨 소용이람....’

남자는 마음 속에서 그렇게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체념했다. 주모의 말을 곧이들은 성주城主는 남자의 소금을 빼앗아 주모에게 모두 줘버렸다. 그리고 성주는 도둑질에 대한 형벌로 남자에게 매질을 하였다. 곤장 50대를 맞고 나니 엉덩이에 피멍이 들었다. 죄가 있다면 맞아도 싸지만 억울한 누명으로 맞았으니 분하고 원통하기 짝이 없었다.

참으로 억울해서 피를 토할 노릇이었다. 돌아보면 볼수록 뼛속 깊이 고드름처럼 한이 태산처럼 겹겹이 쌓이고 맺히는 삶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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