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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분노의 계절 제4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분노의 계절 제4

 

 

       분노의 세월

 

 

이 말을 들은 봉상왕은 격노하여 이렇게 말했다.

임금이란 백성들이 위로 떠받들어야 할 존재이다. 그러므로 궁실이 웅장하고 화려하지 않으면 임금의 권위를 내보일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국상은 필시 나를 비방하여 임금의 권세를 낮추어 떨어트리고 백성들의 편에 서서 백성들의 칭송을 듣고자 함이 아닌가?”

창조리가 대답하였다.

임금이 백성을 걱정하지 않으며 어질지 못한 것이고 신하가 임금에게 충언을 간하지 않으면 충성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때문에 소신은 이미 국상의 빈자리를 이었으니 말을 아니할 수 없는 것이옵니다. 그런데 어찌 소신이 감히 백성들의 편에 서서 백성들의 칭송을 구하는 것이겠사옵니까? 폐하! 부디 저의 진언을 굽어 살피시옵소서!”

봉상왕은 비웃으며 말했다.

국상은 백성을 위해 죽고 싶은 모양이구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는 내 앞에서 그와 같은 망언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니 더 이상 입을 다물고 물러가라.”

대왕 폐하! 다시 한번 원하옵건데 저의 진언을 받아드려 주시옵소서!”

그러자 봉상왕은 크게 진노하여 고함을 지르듯 목소리를 높혔다.

그 입 다물고 물러가라 하지 않았느냐?”

거룩한 충신인 창조리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왕이 잘못을 고치지 않으며 반성할 생각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누명을 뒤집어 씌워서라도 큰 해가 미칠 것을 두려워 하였다. 그래서 창조리는 봉상왕 앞에서 물러 나와 조정 신하들을 모아놓고 의논하였다. 창조리는 신하들과 의논 끝에 봉상왕을 폐위하고 왕족인 을불乙佛을 왕으로 세우기로 하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곰곰이 생각하였다.

 

2

 

오래 전에 해가 지고 어둠이 밀려온지 한참 되어서 인지 사람의 그림자도 없어졌다. 마을은 어둠에 조용히 가라앉아 평온하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집에선가 늦은 밥을 짓는지 구수한 밥 냄새가 밤 바람을 타고 코끝으로 스며 들어왔다. 며칠을 굶어 허기진 사람에게는 군침 돋구기가 알맞았다. 마을 앞 길을 지나던 남자는 구수한 밥 냄새가 풍기는 쪽을 한참 바라보다가 곧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도 하루 종일 굶었던 터이라 뱃속에서는 꼬록꼬록 소리가 나고 있었으니 밥 냄새를 맡고는 군침이 돌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해마다 계속되는 흉년으로 어차피 동양질도 하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것을 남자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터이었다. 백성들은 입에 풀칠 하기도 어려워 유랑걸식을 나서고 있는 판에 봉상왕은 폭정으로 날이 갈수록 극악무도해지고 게다가 궁궐을 대규모로 증축을 한다면서 백성들을 강제로 부역에 동원하여 지옥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봉상왕은 사치와 향락에만 눈이 어두워 백성들의 탄식소리는 들리지도 않으니 이런 섞어 문드러진 세상에 남자는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분통을 터뜨리고 억울해 보아도 힘이 없는데 어찌할 것인가, 그저 나오는 것은 긴 한숨과 탄식 뿐이었다.

골목을 벗어난 남자는 느린 소걸음으로 동구 밖 주막에 들어서면서 허리춤에 손을 넣어 더듬거리며 동전이 몇 푼이나 있는지 헤아려 보았다. 그 정도의 돈으로는 밥은 안되겠고 술은 한잔 하겠구나 싶었지만 한 잔으로는 마른 목도 추길 것 같지는 않겠고, 한 병을 먹기는 어려울성 싶었다. 남자는 잠깐 망설이다가 주막으로 들어가 마당에 놓인 평상平床에 걸터 앉았다. 손님이 들어서는 것을 본 주모는 얼른 사내 앞으로 다가와

뭘 드시겠습니까요?”

하면서 입가에 엷은 웃음을 흘렸다. 남자는

막걸리 한 사발만 주시오!”

하고는 주모酒母의 얼굴을 한번 훑어 보았다. 이 주모 역시 어려운 살림살이 때문인지 얼굴에 궁색한 티가 역력히 나타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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