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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실패한 소설가 제9회



권우상(權禹相) 명작 소설 = 실패한 소설가 <9>

 

 

    실패한 소설가

 

 

자 이번에는.”

남자가 형형색색의 공을 들어 보이며 큰 소리로 외쳤다. 공을 여러 개 공중에 띄워 놓고 돌리는 농환(弄丸) 묘기를 펼쳐 보일 모양이다. 나와 강인숙은 호기심이 일었다. 여섯 개의 공이 정신없이 허공에서 돌아갔다. 무려 8개의 공을 돌리는 묘기를 본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과연 이 사람은 몇 개나 돌릴 수 있을까 싶어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 다시 한번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남자는 손을 현란하게 돌리면서 16개의 공을 허공에 띄웠다. 대단한 솜씨를 지닌 마술사였다. 박수가 터지면서 돈이 쏟아졌다. 여자가 전단지를 손에 들고 관중들 앞에 돌아다니며 한 장씩 나눠주고 있었다. 내가 전단지를 보니 이렇게 약력이 적혀 있었다.

 

* 1971년 강원도 묵호에서 출생. 이름은 김가림

* 1991년 동방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 1992년 고려매일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

* 1997년 마술에 심취. 마술사 차강득 선생님 문하에서 마술을 배움

* 2010년 한국마술경연대회. 국제마술경연대회 우수상 수상

* 2011년 현재 마술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국순회공연 준비중.

 

그는 소설가로 데뷔했으나 생계를 이어갈 수 없어 마술사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친한 친구라도 만난 듯 이 소설가에 대해 무언가 알고 싶어 마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강인숙도 나를 위해 기다려 주었다. 다시 마술을 보일 모양인지 남자는 만족한 웃음을 짓더니 이번에는 큰 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보란듯이 사람들 앞에 내밀었다. 날이 시퍼렇게 선 무시무시한 칼이었다. 능숙한 남자는 입에서 토해 내는 토화(吐火)나 농환(弄丸)은 물론 칼을 삼키는 탄도(呑刀), 신체의 일부를 절단했다가 붙이는 지해(支解)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했다. 마술을 하는 중에서도 여자는 전단지를 들고 다니면서 구경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마술은 오래 연습하면 상당한 경지에 이르겠지만 저 나이에 저만한 마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보통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을 성 싶었다.

 

남자가 얏! 하는 기합소리를 내며 칼을 내두르자 제법 굵은 몽둥이가 두동강으로 갈라졌다. 틀림없는 칼이었다. 강인숙도 내 옆에서 마술을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남자는 의기양양한 웃음을 날리며 칼을 입으로 가져갔다. 예상대로 탄도술을 펼치는 순간이었다. 구경꾼들은 숨을 죽이고 남자(마술사)를 지켜봤다. 남자는 큰 칼을 손잡이만 남겨 놓고서 다 삼켜 버렸다. 보는 사람들은 모두 하얗게 질러 버렸다.“!”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마치 칼집에서 발검이라도 하듯이 목구멍 깊숙이 삼켰던 칼을 갑자기 뽑아 들더니 돌연 자신의 손목을 내려치는 것이었다. 피를 뿌리며 내려치는 땅바닥에 떨어진 손목은 꿈틀거리며 놀라서 우왕좌왕 하는 사람들 틈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 보는 이런 마술에 감탄했다. 손목은 다섯 손가락을 발 삼아 슬금슬금 기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질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구경꾼들은 박장대소하며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남자는 정말 손목이 잘려 나갔는지 소매가 헐렁거렸다. 꿈틀대며 다가오던 손목은 내가 뒤로 물러나자 방향을 바꾸어서 다른 사람에게 향했고,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일었다. 그리고 그 연기가 걷히자 손목은 어느 틈에 남자의 팔에 붙어 있었다. 박수가 터지고 돈이 쏟아졌다. 오늘 이 사람이 펼칠 마술은 이것이 끝인 모양인지 허리를 굽혀 관중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남은 전단지와 소도구를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하자 구경꾼들은 하나 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남자에게 다가서며 이렇게 말했다.

참으로 묘기가 대단합니다.”

마술이란 원래 사람의 눈을 속이는 묘기지요.”

하면서 남자는 입가에 웃음을 띄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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