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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실패한 소설가 제7회



권우상(權禹相) 명작 소설 = 실패한 소설가 <7>

 

 

 

실패한 소설가

 

 

나는 강인숙이 왜 전업 화가가 아닌 미술교사가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소설에 모든 정열을 쏟아 부어라고 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더할 수 없는 고마움과 진한 감동을 받았다. 나는 강인숙의 위로와 격려로 절망에서 스스로 깨어나 다시 소설을 썼다. 목숨을 다 하는 날까지 나는 소설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신문사 신춘문예에서는 번번히 낙방하여 좌절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강인숙은 포기하지 말고 더욱 정성을 쏟아 주어라고 했다. 이제 나는 조금만 더 지치면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았지만 강인숙은 더욱 많은 열정을 쏟아 부어라고 했다.

그 이듬해 가을, 나는 신문사 신춘문예에 소설을 응모한 후 거실 쇼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에 격렬한 통증이 느껴지고 왼쪽 가슴도 아프고 호흡이 곤란해지며 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 땀이 흐르면서 쓰러졌다. 강인숙은 은퇴한 미술 교사들의 모임에 참석하느라 외출중이었다. 내가 병원에 입원한 지 두 시간이 지나서며 강인숙은 나의 입원실에 찾아왔다. 병명은 심근경색이라고 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심근경색은 심장에 있는 관동맥의 내장이 극단적으로 좁아져 폐쇄하면서 그것을 흐르고 있는 동맥혈에서 영양을 얻고 있던 부분의 심근이 산소나 영향부족으로 괴사상태가 되는 병이라고 했다.

나의 경우 운동부족과 과도하게 신경을 썼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심장에는 네 개의 판막이 있는데 승모판과 삼첨판이 열리면 좌우 심방의 혈액은 좌우 심실로 들어오고 수축기에 열린 폐동맥판은 혈액을 폐로 방출하고 동시에 열린 대동맥판은 전신으로 혈액을 방출하는데 이 과장에서 승모판과 삼첨파에 문제가 원활하게 작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경을 써지말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요양을 하라고 했다. 나는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았다. 소설을 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써놓은 소설도 누적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소설을 써놓아도 소설가로 데뷔하지 못한 나에게 원고청탁이란 처음부터 기대할 수가 없었다. 내가 퇴원하던 날 강인숙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소설에 열성을 쏟아 부어라고 했지만 선생님 건강이 걱정입니다. 미안합니다. 선생님!.”

미안하긴요. 강 선생님이 아니였다면 저는 이미 죽고 없었을 것입니다. 강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인해 내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차피 저는 실패한 소설가라 자살할려고 했는데 강 선생님의 구원으로 이렇게 살아 있으니 이것만으로 고맙습니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 이젠 절필하고 싶습니다.”

강인숙은 아무말이 없었다. 그동안 소설에 열성을 쏟아 부어라고 하던 사람이 아니였는가? 그런 사람이 내가 절필을 하겠다고 선언해도 침묵하는 것을 보니 더는 할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 우리 내일부터 등산을 다닙시다. 작품보다 우리들의 건강을 챙깁시다.”

그녀의 말에 나는 강인숙과 등산을 하기로 했다. 이튿날 나와 강인숙은 집에서 4km 가량 떨어진 불암사까지 함께 등산을 했다. 나와 강인숙은 등산복 차림으로 집을 떠나 몇 개의 산을 넘어 불암사에 도착했다. 나는 강인숙과 불상에 삼배를 하기 위해 법당에 들어서자 여자 한 분이 희색 법복을 입고 불상 앞에서 절을 하고 있었다. 나와 강인숙은 그녀 옆에서 삼배를 마치고 옆을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계속 절을 하고 있었다. 여자의 측면 얼굴을 보니 뛰어나온 광대뼈며 우뚝 솟은 콧날이며 가출한 나의 아내와 흡사하게 닮은 데가 있었다. 여자는 옆을 돌아보지 않고 불상을 향해 절만 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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