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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중편 연재소설 = 실패한 소설가 제4회



권우상(權禹相) 명작 소설 = 실패한 소설가 <4

 

 

실패한 소설가

 

 

그럼 자살을 하려고 여기에 오신 겁니까?”

.”

부인은 계세요?”

없습니다.”

사별하셨어요?”

사별이 아니라...”

사별이 이니면 왜 부인이 안 계세요?”

가출했습니다.”

왜 가출했어요.”

경제적 문제입니다. 제가 버는 수입이 신통찮아서...”

그랬었구나...”

“................”

사실 말이지만 남자나 여자나 혼자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결혼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지요. 안 그래요?”

글쎄요.”

내 친구는 혼자 사는 나에게 재혼을 하라고 합니다. 예순이 넘은 나한테....”

좋은 사람 있으면 하십시오.”

좋은 사람이 있어야죠.”

왜 없겠습니까.”

아니요 없어요. 재산이 있으면 재산에 군침을 흘리는 남자라면 모를까.”

그녀와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무명 소설가란 사실을 알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중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근무했어요. 그런데 정식 화가로 데뷔를 못했죠. 교사 자격증이 있어서 교단에 서긴 했지만 화가로 데뷔하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아쉬움으로 남는 답니다.”

교사 자격증이 데뷔 아닙니까?”

하는 내 말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 반드시 소설가나 시인이라야 국어교사가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저도 미술 교사이긴 하지만 화가는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마다 국전에 응모 했지만 데뷔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오늘도 국전에 응모할 그림을 그릴려고 나왔다가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나는 그녀가 국전에 응모할 그림을 그리기 위해 강가에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순의 나이에도 화가로 데뷔 해 보실 생각이군요.”

문학도 그렇지만 예술에 무슨 나이가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데뷔가 안된다는 말이군요.”

그래요.”

안됐군요.”

저는 십 팔층 아파트에 사는데 어두운 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 혼자 불을 켜고 적막속에 잠겨 있는 아파트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이젠 공포를 느낄 지경이랍니다. 가끔 그림을 그리며 잊을려고 했지만..”

그리고 그 보다 더 공포를 느끼는 것은 깜깜한 새벽 문득 잠에서 깨어나 세상속에 혼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때라고 했다. 그리고는 일어서면서 그림을 그릴테니 강 건너 편을 바라보면서 잠시 서 있어 달라고 했다. 어느새 나는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접고 강 건너편을 바라보면서 갈대밭에 서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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