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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명작 소설 - 실패한 소설가 <제1회>



권우상(權禹相) 명작 소설 = 실패한 소설가 <1>

 

 

     실패한 소설가

 

 

나는 강가에 와 있다. 강은 갈대밭으로 뒤덮혀 있고 늦가을 하늘은 푸르고 맑았다. 강물에 구름의 그림자가 떠 있다. 따뜻한 햇살도 조용히 내려 앉아 있었다. 강물에 그림자가 나를 알고 있는 가까운 사람들 가슴속에 소중한 기억 한 조각만은 남겨주고 싶었다. 최소한 그 정도는 하고 싶었다. 소설을 쓰고 싶은 욕망이 앞으로 남은 생애를 통한 욕심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욕심은 없게 됐다. 마음 편히 세상을 떠나 소설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싶었다. 언젠가는 버려야 할 육신을 조금 일찍 버리고 싶었던 것 뿐이다. 어깨에 맨 작은 가방 안에는 소주 한 병과 독극물이 있고 수면제도 들어 있다. 나의 삶을 마감하기 위한 준비물이다. 내가 앉아 있는 곳에서 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화필을 잡고 있는 60세 가량의 여인이 나를 바라본다. 그림을 그리다가 잠시 붓을 놓고 쉬는 모양이다

 


나는 가방에서 준비물을 꺼내 들고 물끄럼이 그 물건을 바라본다. 소주병은 아직 뚜껑을 열지 않았고 독극물은 병 채 그대로다. 먼저 수면제를 입에 넣고 잠이 들려는 순간 소주와 독극물을 마신 후 졸음이 올 성싶으면 강물에 몸을 던질 것이다. 이제 곧 나의 생명은 소멸될 것이다. 생명이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참으로 허망한 것이 아닌가 싶다.

 


며칠전 TV에서 한 여자 탈렌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안타깝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후 또 다른 여자 탈렌트가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한 가수도 자살했다. 그것이 이제 나의 일로 성큼 내 곁에 다가 온 것이다. 내가 지금 이 강가에 오기까지는 한()이 맺힌 많은 세월이 흘렀다.

나는 식품공장을 하던 부모 밑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6. 25전쟁을 겪으면서 전쟁이 무엇이며 삶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했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가난을 털고 내가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은 소설가라고 생각했던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러나 대학 진학은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법학과를 택했다. 부모님은 나를 판사나 검사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법학과를 지망했다.

 


하지만 법관은 흥미도 없고 적성에 맞지 않아 학교를 그만 두고 다시 소설가의 꿈을 불태웠다. 이때부터 나의 소설 쓰기는 시작됐다. 그리고 해마다 신문사에서 실시하는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번번히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그렇게 해서 30년이 흘렀다. 30년을 소설 쓰기로 내 인생의 황금기를 갉아 먹은 셈이었다. 그동안 고등학교 단짝인 박시명은 검사가 되었다. 사법시험에 일곱 번 낙방하고 여덟 번 째 합격하여 검사로 봉직하고 했다. 우리 부모님은 박시명처럼 무척 부러워했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하던 나의 목표는 소설가이고 그것이 나의 소망이었다. 박시명은 가끔 나를 찾아와 술도 한 잔 사주고 했다. 박시명 말고도 대학 동기 중에 판사가 된 사람이 있다. 물론 다섯 번이나 낙방하고 여섯 번 째 합격하여 판사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뭔가. 내가 만일 법학을 전공하여 사법시험을 30번이나 쳤다면 한 번은 합격했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금 30년이나 응모했지만 소설가로 데뷔하지 못했다. 30년은 나에게 있어서 혹독한 고통의 세월이었다.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아버지 역시 무척 속이 상하신 모양이었다. 그동안 생활비를 주시던 아버지가 이제는 생활비 지급을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나는 소설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소설을 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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