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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중편 연재소설 = 미녀 노아 제4부 30회

권우상(權禹相) 중편 연재소설 제4부 제30회     

 

미녀 노아



아니 이 여식아이는 나에게 시중을 들게 한 진주라는 그 여식애가 아니오?”

역장은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노아는 흐느끼며 말했다.

대감 나으리! 소녀를 죽여 주시옵소서. 대감 나으리를 기만한 죄를 지었사온데 어찌 소녀가 살기를 바라겠사옵니까. 어서 죽여주시옵소서.”

역장은 말했다.

소인도 엎드려 죽음을 청하옵니다. 대감 나으리를 기만한 죄는 용서 받을 수 없는 무거운 죄오니 소신을 죽여 주시옵소서.”

노아가 말했다.

 

 

대감 나으리! 어서 죽여 주시옵소서. 대감 나으리를 기만

한 죄가 무거운데 어찌 살기를 바라겠사옵니까?”

역장이 말했다.

대감 나으리! 죽을 죄를 지었사오니 어서 죽여 주시옵소서.”

영의정 대감이 말했다.

이미 내가 저 계집아이와 하룻밤 회포를 풀었거늘 죽인다 한들 내가 한 일이 없어지겠오. 오늘 내가 여기 와서 저 계집 아이를 보고 깨달은 바가 있소. 우리 조선 팔도에서 아비에 대한 효성이 이 계집아이만큼 지극한 자식은 없다는 것을 알았소. 해서 죄가 있다고 죽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걸 알았소. 노아란 이 계집아이는 그동안 한양에서 내려간 여러 명의 판관들을 기만했고, 오늘도 나를 기만한 죄로 말하면 죽음을 면하기 어렵소. 하나 하룻밤이나마 나와 함께 했고, 그것이 아비를 살리고자 하는 지극한 효성에서 나온 것이니 이 아이의 죄는 더 이상 묻지 않을 것이오. 또한 영포역장을 비롯하여 함안 부사에게도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니 다들 그리 아시오.”

노아는 말했다

 

 

대감 나으리의 은혜는 죽음으로도 깊을 길이 없사옵니다.”

역장도 말했다.

대감 나으리 은혜 백골난망이옵니다.”

영의정 대감이 노아에게 말했다.

혹여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보거라.”

소녀의 아비는 조상의 묘지에 벌초를 갔다가 이웃과 묘지 경계로 다투다가 실수로 손에 쥔 낫으로 상처를 입힌 것은 사실이옵니다. 하온데 함안 부사 나으리께서는 소녀의 아비에게 작은 상처를 대벽죄라 하심은 소녀의 아비가 부사 나으리의 청을 받고 소녀가 시중들기를 거부한 탓이라고 생각하옵니다. 소녀는 하나뿐인 아비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없이 기생이 되었사온데 대감 나으리께서 소녀 아비가 대벽죄라는 억울함을 풀어주시길 간청하옵니다.

여의정 대감은 말했다.

 

 

함안 부사는 당장 내 앞으로 나오시오

함안 부사 정항이옵니다.”

함안 부사 정항이 영의정 앞에 부복하자 영의정은 호통치듯 말했다.

방금 이 계집 아이가 말한 것이 사실이오?”

낫으로 상처를 힙인 것은 맞사옵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대역죄란 말이오?”

비록 상처를 입히기는 했지만 손에 낫을 쥐고 있었기에 사람을 죽일려고 작심을 한 짓이라고 판단한 것이옵니다.”

말하자면 의도적으로 죽일 생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말이오?”

그러합니다.”

 

 

영의정 박원정은 부사 정항에게 잘못 판단했다고 꾸짖고 노아 아버지의 죄에 대해서는 용서했다. 모든 관료들은 한결같이 영의정 대감의 판결에 감탄했다. 영의정 박원종은 곧바로 한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왕에게 노아에 대하여 상세히 보고한 후 사직 상소를 올렸다. 박원종 후임에는 한명회가 영의정이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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