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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칼럼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소설 대망



칼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소설 대망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보도를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본 소설 대망을 읽고 있는 모양이다. 소설 대망은 일본 전국시대의 3대 영웅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등이 혼돈한 전국시대를 평정하고, 통일로 가는 과정을 그려낸 대하소설이다. 일본의 전국 통일은 오다 노부나가에서 시작하여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거쳐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서 종결된다. 이 세 사람의 기질을 대변해 주는 '울지 않는 새'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울지않는 새를 어찌하면 울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세 사람에게 주었더니 오다 노부나가울지 않는 새는 단칼에 베어 버린다고 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울지 않는 새는 울게 만든다고 했다. 반면 도쿠가와 이에야스울지 않는 새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그런데 울지 않는 새는 단칼에 베어 버린다오다 노부다가가 통일의 기초를 마련할 토대를 거머쥐었다. 그런데 교활한 기질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오다 노부나가의 밑에서 하인 노릇을 하다가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내와 기다림으로 전국시대를 제패하고, 도쿠가와막부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 일화의 내용이다.



박근혜는 소설 대망을 오래 전에도 읽었다고 한다. 대망이 나온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대망을 처음 읽을 때에는 무엇을 생각했으며, 지금 감방에서 다시 대망을 읽으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소설은 작가가 허구(픽션)로 쓰는 문학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삶이 녹아 있다. 그래서 소설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도 한다. 거기에는 삶의 고난, 사랑, 애환, 또는 지배계급의 권력쟁탈, 살상, 음모, 배신, 전쟁 등 인간들의 다양한 삶의 행태와 모습들이 담겨있다. 박근혜가 대망을 통해 권력이 무엇인지를 일찍 알았다면 지금처럼 감방 신세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대망이나 중국의 삼국지를 한 번만 읽어도 군주가 권력을 잃는다는 것은 바로 죽음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게 되는데, 그걸 몰랐다면 군주가 될 자격이 없다. 비록 한국의 경우만은 아니지만 세계 역사나 국제정치사를 보면 무능한 통치자로 인해 나라가 멸망하거나 유능한 통치자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낸 사례가 적지 않다. 왕권국가는 차치하고, 민주국가도 국민들이 통치자를 잘못 선출하면 나라가 위기에 처하거나 패망하기도 한다. 멸망한 남베트남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인 북베트남과 민주주의 국가인 남베트남으로 갈라져 있다가 미군이 철수하자 남베트남은 패망했다.




지금 한국이 놓인 상황을 보면 멸망전의 남베트남과 흡사하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좌파 정부의 국가 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박근혜의 통치 실패는 청와대 민정수석(우병우)과 문고리 3인방(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등 측근들 때문이다.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가 대통령 재임중 측근(김재규)에게 시해 당한 것을 직접 보았지만 역시 아버지처럼 측근 때문에 감옥에 갔다. 박근혜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한 뒤에도 소설 대망을 읽었다고 한다. 그때 박근혜가 영주들의 이합집산과 배신이 난무하는 대망의 이야기를 가슴에 깊이 담아 두었다면 오늘날 다시 대망을 펼쳐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해 다시 대망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 대망에는 호걸영웅과 무사와 낭인들, 천황과 가신들 등 수 많은 인물들이 구름처럼 등장한다. 혹여 박근혜가 자신도 도쿠가와 이에야스처럼 인내하면서 다시 기회를 기다리는 생각이거나 도쿠가와 이에야스처럼 자신도 인내와 형극(荊棘)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이라면 잘못된 판단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내와 끈기가 대단한 인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소름이 끼칠만큼 잔인하고 무자비한 기질이 있어 그것으로 영웅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박근혜는 잔인한 구석은 어디에도 없고, 무자비 해야 할 곳에 쓸데없는 인정을 베풀었다. 그러다 보니 측근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지금은 감방 신세가 되었다. 박근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근본적으로 기질이 다르다. 그래서 박근혜는 대망을 골백번 읽어도 도쿠가와 이에스처럼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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