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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칼럼 - 정치인의 자기합리와




칼럼

 

 

                                       정치인의 자기합리화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여우 한 마리가 포도가 먹고 싶어 울타리를 뚫고 과수원에 들어 갔으나 포도가 높이 달려 있어 떠먹을 수가 없었다. 먹고 싶기는 한데 방법은 떠오르지 않고 포도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자니 주인에게 발각될까봐 무서웠다. 할 수 없이 침만 삼키면서 포도밭을 나오는데, 다른 여우들이 왜 포도를 안따먹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여우는 저건 아직 덜 익은 신포도야!” 하고 말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우는 키가 작아 포도를 따먹지 못한 좌절감을 포도가 덜 익어서 안먹었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시키면서 자존심을 보호하려 했다. 이러한 성향을 심리학에서는 자기합리화(Self-rationalization)라고 한다. 사람들도 때로는 자신의 실수, 비이성적인 행동, 불법, 탈법 등 그릇된 판단에서 한 행동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자기합리화 즉 핑계거리를 만들어 내는데 이러한 자기합리화는 정부의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늘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밝힌 고위공직자 원천 배제 기준을 보면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이다. 하지만 장관 인사청문회 대상 22명중 15명이 1개 이상이 대상이 되어 논란꺼리가 되었지만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대한 임종석 청와대비서실장의 입장발표 내용은 옹색하고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철석같이 약속했던 5대 인사원칙을 결국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해명이라면 많은 국민들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야당도 포장된 궤변이고 공약파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부적격자를 옹호하는 민주당이다.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 문 대통령이 지명한 이런 부적격 후보자들을 인사청문회에 내세웠다면 민주당은 과연 어떻게 나왔을 것인지 궁금하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말대로 국민께 진정 죄송하다면 5대 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인선을 진지하게 재고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와 국민들의 곱지 않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밀어붙이면서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약속드린 대로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협의해서 인사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을 뿐이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후보 때 말과 대통령 당선 후의 말이 다르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치인의 경우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후보 때와 당선 후의 말이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누누히 협치를 말해왔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야당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지는 모르지만 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주장해 온 부적격자의 임명을 강행했기 때문에 야당이 다른 현안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야당의 탓으로 책임을 돌린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어떻게 했는지 벌써 잊은 모양이다. 정치인이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거짓말에 국민들의 일반적 반응은 분노를 터뜨리고 도덕적으로 지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는 절망감에 등을 돌리고, 정치적 무관심에 빠져든다. 무관심의 태도는 정치를 감시, 비판하는 민주주의 국민의 역할을 쇠퇴시키고, 이는 다시 정치인들이 내키는 대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멀어진다. 이는 투표률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은 민주주의를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스며들게 한다. 니콜라스 루만(Niklas Luhmann 1994)은 정당제와 관련하여 흥미있는 주장을 내놓았다. 양당제 모습을 보이는 민주국가에서 두 당의 차이가 크지 않을 때, 정치인의 거짓말이 빈번해진다고 지적한다. 정강.정책의 한계 분화는 한편으로 과장.과시의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인물 위주의 게임이 되면서 경쟁상대에 대한 인격적 흠집 내기가 만연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치인은 다른 종류의 가치들, 예컨데 경제적, 문화적, 종교적 가치를 정치적 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 환언하면 정치 이외의 다른 종류의 인간 활동에 대해 그 나름의 자율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로 전환시킨다는 뜻에서 권력지상주의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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