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제2부 제15회
미녀 노아
사헌부에서는 소식이 없기에 다른 판관을 다시 내려 보냈사온데 이번에도 역시 그 기생 노아에게 흘려 버리고 말았던 것이옵니다. 사헌부에서는 연이어 다른 판관을 여러 차례 보내었으나 역시 매번 마찬가지로 노아에게 그만 홀딱 반해 버리고 그 기생의 아비를 처벌하지 못한 줄로 아옵나이다.”
“허어! 그 참 고이한 것들이 있나... 그래서 어찌 되었단 말이오?”
영의정 박원종은 왕의 질책을 두려워 해서인지 다소 긴장된목소리로 말했다.
“예... 저 그래서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사헌부에서는 댓쪽으로 이름이 나 있는 윤하중을 다시 내려 보냈사옵니다.”
“윤하중이라면 사헌부 지평으로 있는 사람이 아니오?”
“그러 하온줄로 아옵니다.”
“그 사람이라면 아무리 잘 생긴 기생이라 하더라도 감히 매흑 당해 돌아오지 못할 사람이 아니지 않소.”
“신도 그런 줄로 아옵니다.. 하오나..”
하면서 주저하자 왕은 말했다.
“어찌 되었단 말이오? 어서 말해 보시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윤하중도 그만 그 기생 노아에게 흘려서 죄인을 다스리지 못하고 함안차사가 되었다고 하옵니다.”
“허허허. 이런 고이한 것들을 보았나...”
“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댓쪽으로 손꼽히는 판관을 골라 여러 차례 내려 보냈사온데 결과는 모두 다 그 기생 노아에게 흘려 죄인을 다스리지 못하고 함안차사가 된 줄로 아옵니다.”
왕은 어이가 없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이거야 원...그럼 경들은 이 일을 어찌할 요량이오?”
영의정 박원종이 말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이다. 다시 판관을 보내어 그 기생 노아를 반드시 문초하겠사옵니다.”
“일개 아녀자를 다스리는 일이라면 짐이 관여할 일이 아닌바 짐이 이 자리를 물러나거던 여기 모인 경들이 서로 의논하여 잘 알아서 해결 하시오. 다만 짐이 경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죽을 죄를 지은 중죄인은 지방 관아에 맡기지 말고 의금부나 사헌부에서 직접 나서서 다루도록 할 것이며 죄인은 분명히 죄를 짓지 않으면 아니될 무슨 사연이 있을 터인즉 그 사연을 소상히 조사하여 국법에 따라 벌을 내리도록 하시오.”
“성은이 망극하오이다.”
“이 나라 백성 가운데 어느 누구도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벌을 받는 사람이 있어서는 아니된다는 걸 다시 한번 경들에게 일러두는 바이니 이 문제는 경들이 잘 의논해서 죄인에게 합당한 벌을 내리도록 하시오!”
영의정 박원종을 비롯하여 육조 대신들은 다 함께 말했다.
“성은히 망극하오이다.”
왕이 어전을 떠나자 이조판서 이가현이 말했다.
“주상 전하께서 방금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이 문제는 우리 조정 대신들이 의논해서 할 일이니 좋은 방도라도 있으면 말씀해 보시오.”
형조판서 정구량이 말했다.
“이번에는 사헌부 지평 최만리를 보내면 어떨까요?”
이조판서 이가현이 말했다.
“그 좋습니다. 그 사람이야말로 청렴결백 하기로 이름이 나있는 젊은 학자입니다. 게다가 성품도 댓쪽같구요.”
예조판서 조윤덕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 최만리야말로 아주 적합한 인물일 것 같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