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ㆍ예술

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 미인 노아 제2부 제14회


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제2부 제14

 

   미녀 노아

        

           3

 


(성종)은 회의를 열기 위해 어전(御殿)에 납시었다. 어전에는 여의정을 비롯하여 이조(吏曹), 호조(戶曹), 예조(禮曹), 병조(兵曹), 형조(刑曹), 공조(工曹) 등 육조(六曹) 대신들이 모여 있었다. 왕이 말했다.

 

 

여러 경들 잘 들어시오. 짐은 지금까지 함흥차사라는 말은 들어도 함안차사란 말은 들어 본바가 없소. 그런데 함안으로 간 판관(判官)마다 일개 비천한 기생 따위에 흘려 무려 다섯 차례나 소식이 없다니 말이나 되는 법이오. 남자나 여자나 중한 죄를 지은 자는 국법에 따라 마땅히 사헌부에서 벌을 내려야 하거늘 아, 그래 사헌부에서 그 여식애 하나 다스리지 못해 판관들이 내려 갈 때마다 모두 다 함안차사라니 그게 될 법이나 한 말이오. 이런 일들은 경들이 알아서 해야 하거늘 함안으로 내려간 판관마다 다들 소식이 없다고 하니 이 어찌 짐이 관심을 두지 않겠오. 오늘 짐이 직접 여러 경들을 모시고 판관(判官)마다 함안차사가 된 연유를 알고자 하오니 어서 말씀이나 해 보시오.”

 

영의정 박원종이 말했다.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지금 조정의 골치꺼리가 되는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노아(盧兒)라고 하는 비천한 기생 때문인 줄로 아옵니다. 그런데 이 기생의 미모가 어찌나 출중한지 경상도 함안에 내려간 판관마다 소식이 없다고 하옵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옵니다.”

그렇게 된 연유가 있을터.. 어서 자초지종 얘기를 해 보시오. 이 짐이 한번 들어 봅시다. 도대체 미모가 얼마나 잘 생긴 기생이기에 내려간 판관마다 함안차사란 말이오?”

왕의 말에 영의정 박원종이 말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경상도 함안에 절세의 미녀인 딸을 가진 자가 있사온데 그 딸의 아비가 대역죄를 짓고 말았사옵니다. 그 사연인즉 조상의 봉분을 놓고 이웃과 지세의 경계가 모호하여 이를 두고 서로 옥신각신 다투다가 벌초를 하려고 가지고 온 낫으로 상대방을 찔러 상처를 입혔다고 하옵니다. 그런데 기적(妓籍)을 조사해 보니 죄인의 딸은 노아(盧兒)라는 여식애이옵고 아비는 노충고(盧忠高)라는 농부이옵니다.”

서로 다투다가 상처를 입힌 정도하면 대역죄가 아니거늘 어찌하여 대역죄라 하시오?”

 

 

아마도 함안 부사는 노아를 살인미수라고 판단 한 것 같사옵니다.”

살인 미수라면 처음부터 죽일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오?”

그러한 줄로 아옵니다.”

처음부터 사람을 죽일 작정이었다면 결코 죄가 가볍지는 아니할터..여기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를 조사하도록 하시오..그래서 어찌 되었는지 좀더 자세히 말해 보시오.”

 

 

노아란 여식애는 처음엔 기생이 아니었으나 아비가 죄를 지은 후부터 기생이 되었다고 하옵니다. 아주 매력적인 몸매에다 노래와 춤 솜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학식 또한 비범하여 한시(漢詩)를 지을 정도라고 하였사옵니다. 사람을 죽일 의도가 있는 중대한 죄인이라 조정에서 그 기생 노아 아비를 문초하기 위해 판관(判官)이 함안으로 내려오자 어찌된 영문인지 판관마다 그 기생의 자색에 그만 정신이 몽롱해졌고 하루밤 자고 나면 그만 노아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고 하옵니다. 지금까지 내려간 판관마다 모두 다 그렇다고 하옵니다.”

허허허.. 저런..”

노아란 여식애는 사귈수록 그 재치 있는 말솜씨며 흡족한 접대며 야정(夜情)이 세월 가는 줄을 모르게 하였사옵니다.

 

<계속>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