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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 미녀 노아 제1부 제11회



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제1부 제11

 

미녀 노아

 

그렇다면 하늘이 이 세상 온갖 것들을 만들어 낼 때 한 고을을 다스리는 나 같은 부사도 냈고, 임금을 모시는 정승 판서도 냈고, 그리고 백성도 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우주만물(宇宙萬物)에는 강약대소(强弱大小)가 있고 고저(高低)가 있으며 광()이 있으면 협()이 있고 명()이 있으면 암()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하늘()을 말하되 하늘은 바르고 어질며 일만가지를 다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왜 이렇게 세상만사는 천차만별하고 옳고 바른 것을 가려내지 못하느냐 푸념도 해보며, 성미가 급한 사람은 엣다 모르겠다 나같은 천한 백성은 전생(前生)에 죄가 있어 그것이 인()과 과()가 되어 평생 이렇게 천한 백성으로 찌든 가난을 안고 이 모양 이꼴로 살아가라는 업보(業報)인가보다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면 무엇이오?”

우주만물이나 사람 모두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이 뭉치고 흩어지며 움직이는 사이에 만물이 소생(蘇生)한 것이오.”

그게 무슨 말이오? 내가 알아 듣기에는 좀 어렵소.”

우주음양(宇宙陰陽)의 기운(氣運)을 말한 것이오.”

“.........”

 

 

부사 나으리! 음양오행에는 무엇에나 그 기운이 있는 법이오. 그러므로 하늘()을 대신하여 남자와 여자가 서로 부둥껴안고 배꼽을 맞대고 교접을 하면서 여자의 음물과 남자의 양물이 합해졌기 때문에 그 기운에 따라 자식이 나왔고, 또 거기에 음양(陰陽)이 있어 남자나 여자가 되었을 따름입니다. 다만 그 기운의 맑고 흐린 청탁(淸濁)과 두텁고 얇은 후박(厚薄)에 따라 사람마다의 인품과 인물의 됨됨으로 나뉘어졌을 뿐입니다. 이것을 사주팔라(四柱八字)라고 하지요.”

 

 

그 사주팔자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것이오?”

천지우주(天地宇宙)의 기운이 넘칠 때 바르게만 된 것은 모두 사람이 되어 태어났기에 사람은 누구나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그 기운이 편벽되고 약한 것은 천한 물()로 나왔을 따름인즉 오직 사람과 짐승이라는 귀하고 천한 등분(等分)은 사주팔자(四柱八字)에서 비롯되었을 뿐입니다.”

그러면 같은 사람이라도 귀()하고 천()하며 재주 있는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은 어떻게 하여 생기게 되었오?”

 

 

부사 정항은 자못 흥미롭다는 듯 계속 묻자 역술객은 말했다.

맑은 기()를 얻은 사람은 지혜로우며 탁한 기()를 얻은 사람은 어리석은 것 뿐입니다.”

그러면 사주팔자가 사람되어 나왔으니 이것은 천도(天道)에 따라 나왔다는 말이므로 천도(天道)는 하나님의 마음이니 하나님의 마음에 따라 지혜롭고 어리석은 것도 하나님의 마음대로 나뉘어 만들었단 말씀이오?”

 

 

아닙니다. 천도(天道)는 불편부당한 마음이 없고 오직 만물을 그저 고르게 넓게 펴는 것 뿐입니다. 이를 천도무심이선만물시야(天道無心而善萬物是也)라 하였지요. 이 말은 하늘()에서 이 사람은 귀()하게 만들어야겠다고 고의로 만든 것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이를 무위이화(無爲以化)라 하지요. 부사 나으리께서는 술 빚는 법을 아십니까?”

 

 

알지요. 누룩에다 술밥 넣고 항아리에 물담아 빚어내지요.”

그렇습니다. 그것이 바로 소인이 말씀 드리고자 하는 사주팔자의 근본입니다. 술을 빚되 누룩이 많이 들어가면 술이 쓴 법이고, 술밥이 많이 들어가면 그 맛이 단법이며, 물이 많으면 술맛이 싱거워지는 법이고, 술항아리에 무턱대고 이불을 뒤집어 씌우면 그 술항아리는 뜨끈뜨끈 해지면서 술맛이 변하기 쉬우나 항아리의 그릇과 누룩과 술밥과 물의 양()이 적당하면 이것은 기()가 서로 맞아 그 술맛이 맑고 맛이 좋지만 기()가 서로 맞지 않으면 그 술맛은 빛이 흐리고 술이 술로써 맛을 잃으니 나쁜 술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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