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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 미녀 노아 제1부 제5회


권우상 중편 연재소설 제1부 제5

 

   미녀 노아

 


박시량은 왕 앞에 나가서 허리를 굽히고 두 팔을 길게 뻗어 공손히 용검(龍劍)을 하사 받았다. 왕은 손수 대장군 투구를 박시량의 머리에 씌워 주었다. 투구에 꽂힌 흰 깃털이 바람에 나부끼었다. 이제 박시량은 조선군의 무관(武官)으로는 가장 높은 도총관에 올랐고, 중앙군 오위(五衛)의 한 사람인 대장군이 된 것이다.

 

 

이제 박시량은 한 달 후면 보직을 받기 위해 한양으로 떠나야 했다. 전쟁이나 반란 등 유사시 군대를 지휘하는 도총관(중앙군)이나 병마절도사(지방군)로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날 박시량은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마음에 자신이 사는 웃개마을 나루터에 아름답게 활짝 핀 코스모스가 꽃길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박시량의 마음을 알 까닭이 없는 고추 잠자리 한 마리가 늦가을에 어디선가 날아와 나뭇가지 끝에 살며시 앉았다. 박시량은 가만히 일어나서 잠자리에게로 다가갔다.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였다. 이제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거리였다.

 

 

손가락으로 집게를 만든 박시량은 조심스럽게 팔을 뻗었다. 잠자리는 거의 손 끝에 닿을 듯 하는데도 눈치도 채지 못하고 가을 바람에 날개를 흔들며 한가로이 앉아 있었다. 박시량이 손을 내밀자 잠자리는 이미 날아가 버린 뒤였다.

그것도 잡지 못하셔요... 장군다운 훌륭한 무술이 아깝네요!”

 


그 말에 박시량이 뒤를 돌아보았다. 노아(盧兒)였다. 노아를 보는 순간 어찌나 예쁜지 화들짝 놀랐다. 천상에서 하강한 선녀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였다. 목소리도 비단결처럼 곱다. 자기 마을에 사는 박시량이 나라에서 대장군을 뽑는 무술경연에 나가 장군으로 뽑혔다는 사실을 노아는 마을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알고 있었다.

 


노아는 요즘 함안 부사가 자기집에 사람을 보내어 아버지에게 자신을 관아에 나와 수청을 들게 하라고 청()을 넣는 바람에 마음이 하도 우울한 터에 밖에 나와 잠시 바람을 쏘이고 있다가 박시량이 잠자리를 잡을려다가 놓친 모습을 본 것이었다. 한마을에 살면서도 노아는 박시량이 무술경연에 나가 대장군에 뽑힐만큼 무예에 출중한지를 몰랐다.

 


남녀가 유별한지라 그저 젊은 남자가 같은 마을에 살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남자일까 궁금하던 차에 바람을 쏘일 겸 밖에 나왔다가 박시량이 잠자리를 잡을려다가 놓친 광경을 목격한 것이었다.



노아를 본 박시량은 한 눈에 반해 버렸다. 노아도 어느 젊은 남자보다 인정이 있어 보이면서도 체구가 건장한 박시량에게 단박에 마음이 끌렸다. 제비턱에 호랑이 이마를 한 조금 둥글넓적한 얼굴은 어딘가에서 씩씩한 기품이 엿보였다. 더구나 한 마을에서 나라의 최고 장군으로 뽑혔다고 하니 더욱 더 마음이 끌렸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면서 두 사람은 자주 은밀히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날은 박시량이 노아와 만났다가 그만 노아의 몸을 범하고 말았다.

낭자의 자태가 하도 고마워...그만 이런 무례를 범하게 되었소.”

“..?????....”

내가 한양에 가서 보임을 받아 자리를 잡게 되면 낭자와 혼례를 올려 데려 가도록 하겠오.”

박시량은 노아에게 그런 약속을 하고 한양으로 떠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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