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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 천.지.인.명(天.地.人.命) 제1부 두 번째회 (2)

 

 

 

 

권우상(權禹相) 연작소설 제1부 두 번째회 (2)

 

. . .

 

 

대감나으리!

........제가 알기로는 이 세상에서 지은 선악(善惡)은 인()이고 저 세상에서 받은 보응(報應)은 과()가 되어 나쁜짓과 선을 베푼 인과(因果)에 따라 이승에서 저승으로 저승에서 또 다음 세상으로 돌아가면서 살게 되는데 이 때 사람은 뱀이 됐다, 사람이 됐다, 새가 됐다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음양오행에는 무엇에나 그 기운이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하늘을 대신하여 너의 애비와 애미가 서로 부둥껴안고 배꼽 위에서 벼락치는 개벽역사운동(開闢役事運動)을 했기 때문에 그 기운에 따라 네가 나왔고, 또 거기에 음양(陰陽)이 있어 남자나 여자가 되었을 따름이니라..........

 

 

.......... 다만 그 기운의 맑고 흐린 청탁(淸濁)과 두텁고 얇은 후박(厚薄)에 따라 사람마다의 인품과 인물의 됨됨으로 나뉘어졌을 뿐이니라

그러면 우리 아버지의 연장은 말뚝만 하든데 나는 왜 이렇게 작게 만들어 졌나요?”

연장의 크고 작음도 모두 사주팔자(四柱八字)에 있느니라........

..... 곡식의 씨를 보아도 여름에 뿌려진 것은 왕성하고 겨울에 뿌려진 것은 싹도 나지 않잔드냐....”

그 사주팔자(사주팔자)라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나요?”

천지우주(天地宇宙)의 기운이 넘칠 때 바르게만 된 것은 모두 사람이 되어 태어났기에 사람은 누구나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 다만 그 기운이 편벽되고 약한 것은 천한 물()로 나왔을 따름인즉 오직 사람과 짐승이라는 귀하고 천한 등분(等分)은 사주팔자에서 비롯되었을 뿐이지.....“

그러면 같은 사람이라도 귀하고 천하며 재주 있는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은 어떻게 하여 생기게 되었나요?”

맑은 기()를 얻은 사람은 지혜로우며 탁한 기()를 얻은 사람은 어리석은 것 뿐이다

사주팔자가 사람되어 나왔으니 이것은 천도(天道)에 따라 나왔다는 말이므로 천도(天道)는 하나님의 마음이니 하나님의 마음에 따라 지혜롭고 어리석은 것도 하나님의 마음대로 나뉘어 만들었단 말씀인가요?”

아니다....

 

 

.......천도(天道)는 불편부당한 마음이 없고 오직 만물을 그저 고르게 넓게 펴는 것 뿐이다....(天道無心而善萬物是也) 이 말은 즉 하늘에서 이 사람은 귀하게 만들어야겠다고 고의로 만든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를 무위이화(無爲以化)라 하느니라....”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이놈은 못알아 듣겠습니다. 그놈의 오행(五行)인지 뭔지가 하는 것이 눈도 없고, 코도 없고 귀도 입도 없으면서 거기에다 머리도 없으니 생각하는 꾀도 없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하여 귀한 놈도 만들고 천한 놈도 만들어 내는지 그 놈의 속을 모르겠네요

너 술 빚는 법 아느냐?

. 누룩에다 술밥 넣고 항아리에 물담아 빚어내지요

그렇다. 네 말이 옳다....

 

 

.......... 그것이 바로 술항아리속의 천지인물학(天地人物學)이란 것이다. 술을 빚되 누룩이 많이 들어가면 술이 쓴 법이고, 술밥이 많이 들어가면 그 맛이 단법이며, 물이 많으면 술맛이 싱거워지는 법이고, 술항아리에 무턱대고 이불을 뒤집어 씌우면 그 술항아리는 뜨끈뜨끈 해지면서 술맛이 변하기 쉬우나 항아리의 그릇과 누룩과 술밥과 물의 양()이 적당하면 이것은 기()가 서로 맞아 그 술맛이 맑고 맛이 좋지만 기()가 서로 맞지 않으면 그 술맛은 빛이 흐리고 술이 술로써 맛을 잃으니 나쁜 술이 되는 것과 같으니라...”

그럼 저 같은 놈은 탁배기도 못되었으니 애비, 에미의 기()가 맞지 않아 이렇게 종놈이 되었나요?”

하하하하...

 

 

......네 말이 옳다. 하지만 기()와 운()은 평생의 동반자와 같고 친한 벗과도 같아 이를 오운육기(五運六氣)라고 하는데 기()가 부족하면 운()이 도와주고 운()이 부족하면 기()가 도와주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태어날 때 기()가 부족하여 지금은 하인이 되었다고 하지만 만약 내일이라도 운()이 좋으면 너는 상인(商人)도 될 수 있고 주인노릇도 하면서 하인을 거느리며 살 수 있느니라.....

........ 지금 우리 조선의 임금님을 봐도 알 수 있느니라. 지금 이성계 임금은 아버지가 임금이였던 것도 아니고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일개 군인에 불과했느니라. 그런 분이 지금은 만인이 우르러 보는 임금이 되지를 않았느냐. 좋은 운을 만나면 그렇게 되는 것이니라

그렇구만요....

 

 

..... 참말로 진짜 운()이라는 것이 있고 그 운()이란 것은 돌고 돌아 나한테도 올 수 있나요

()이란 천지(天地) 윤회(輪回)와 같다. 천지가 돌지 않으면 아침에 해가 뜰수도 없고 저녁에 해가 기울 수도 없는 법이오. 오늘이 있을 수 없으며 내일이 있을 수 없으며 너와 내가 여기에 있을 수도 없느니라...”

대감나으리!...

.... 지금 대감나으리께서 하신 말씀을 참말로 꼭 믿어도 되나요. 저를 놀리시는건 아니겠죠?”

허허 이놈 봐라. ()와 운()이 돌지 않으면 너는 평생 갓난아기와 같아 크지도 못할 놈이지만 기()와 운()이 돌았기 때문에 이만큼 큰 것 아니겠느냐. 하므로 인간사대운(人間事大運)은 돌고 도는 것이며, 세상사(世上事) 모든 것도 낳고 크고 죽는 생노병사(生老病死)의 이치(理致)를 갖고 있으니라. 자 이제 그만 일어나자...”

대감나으리! 참말로 고맙습니다. 천지도인(天地道人)이 어디에 계신가 했는데 바로 눈 앞에 계신 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천지도인(天地道人)! 제가 큰 절을 올리겠으니 절을 받고 일어나시지요!...”

하인은 엎드려 정도전 대감에게 넙죽 절하고 일어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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