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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칠십 네 번째회 (74)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칠십 네 번째회 (74)

 

 

봉이 김선달

 

부사의 경솔한 짓이 몹시 가소롭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관인官人의 이름은 유시원兪時源이라 했다.

이놈! 네 죄를 알겠느냐? ”

수원부사 최상부의 엄한 호통이 떨어져도 관인 유시원兪時源은 머리를 모로 젖거나 빙그레 웃기만 했다. 유시원의 오만 무례한 행동은 왕과 조정 대신들의 권력을 믿고 있는 듯 하였다. 그렇다 보니 현륭원 관인에겐 지금껏 국법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 놈을 하옥하라! ”

당장 물고를 내고 싶었으나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많은 백성들과 현륭원 관인들이 보는 앞에서 효수梟首하고자 했던 것이다. 효수할 차비를 시작한 지 꼭 이틀이 되던 날 수원부사 최상부崔尙夫에게 급한 왕의 친교親敎가 내렸다.

그 관인은 죄상이 중하지 않으니 효수하지 말고 징계로 다스리되 곤장 한 대만 쳐서 방면하라! ”

이미 봉이 김선달이가 예측한 것이 아닌가. 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는 최상부로서는 효수하지 못한 것이 맹수를 놓친 사냥꾼처럼 아쉽기만 했다. 그러나 이것은 봉이 김선달의 말처럼 지레 짐작한 일이었다. 가엾은 백성들과 놈들의 행패 - 최상부崔尙夫의 뇌리에는 또 다른 하나의 심각한 번뇌가 물결치듯 용솟음쳤다. 최악의 상황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무거운 짐을 이 좁은 테두리 안에서 슬기롭게 대처해야만 했던 것이다. 눈이 벌겋게 충혈된 최상부崔尙夫는 이튿날 곤장 때릴 준비를 시켰다. 이미 봉이 김선달이가 일러준 대로 곤장을 때릴 옥사정을 조용히 불러 차근차근 타일렀다. 옥사정은 최상부崔尙夫의 말을 듣고 나서

부사 나으리의 말씀대로 하겠으니 염려 놓으시옵소서. 반드시 그리 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이번 일이 잘되면 옥사정한테도 큰 보답이 있을 것이다

부사 나으리의 뜻대로 될 것이옵니다

잠시후 옥에서 끌려 나온 관인 유시원兪時源은 발가벗긴 채 형틀에 묶였다. 그는 이미 왕명이 어떻게 내렸는지 알고 있었기에 곤장 한 대 쯤이야 하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만 방자한 모습으로 아랫배에서 솟구치는 통쾌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지 입이 벌어지면서 빙그레 웃음을 띄었다. 중한 소임을 맡은 사령은 웃통을 벗어 젖히고 곤장 한 대를 집어 들었다. 단 한 대의 곤장으로 만 백성을 편안한 길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인지 자신도 매우 의심스러웠다. 사령은 백성을 위하고자 하는 최상부崔尙夫 부사府使의 깊은 속심을 들여다 보듯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령은 더욱 팔에 힘을 모아 최선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곤장을 움켜 쥔 팔에 피가 뛰었다. 동관들이 관인들과 결탁하여 재물을 탐욕하는 것을 평소에 몹시도 경멸해 온 그이기도 했다. 사령은 관인官人이 엎드린 곳에서 뒤로 십여 보물러섰다. 그리고 곤장을 허공에 높이 쳐들었다.

야앗! ”

하는 벽력같은 소리를 지르며 관인에게 달려 들었다. 그것은 무서운 동작이었다. 이를 지켜 보고 있는 수원부사 최상부崔尙夫와 봉이 김선달, 그리고 육방 관속들의 마음은 초조했다. 그러나 사령은 쳐들었던 곤장을 내리치지 않았다. 다만 엎드린 관인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떳을 뿐이었다. 최상부崔尙夫와 봉이 김선달, 그리고 여러 관속들의 손에는 땀이 솟았다. 숨막이는 순간이었다. 다시 뒤로 십여 보물러 선 사령은 또 곤장을 높이 치켜 들었다. 그리고는

야앗! ”

하는 벽력같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곤장을 내리치지 않았다. 봉이 김선달의 입가에서는 엷은 웃음이 흘러 내렸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똑 같은 일이 수 없이 되풀이 되었다. 사령의 이마에는 땀이 방울방울 맺혔다. 헉헉거리는 가쁜 숨결이 더욱 거칠어졌다. 동시에 형틀에 엎드린 관인官人의 검은 이마에도 땀이 줄지어 흐르고 있었다. 사령이 무섭게 달려들 때마다 관인은 온 몸을 오그리고 긴장하였다. 눈을 질끈 감았을 때에는 아마 한 두 해는 수명이 감소 되는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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