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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칠십 세 번째회 (73)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칠십 세 번째회 (73)

 

   봉이 김선달

 

 

 

그만큼 현륭원 관인들의 위세가 두려웠던 것이다.

과연 며칠이 지난 후에도 현륭원의 관인들은 단 한 사람도 잡아 들이지 못했다. 아니 십여 일이 지나도록 관인들의 행패는 여전했다. 수원성 안팎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관인들과 무뢰한들의 행패가 끓어질 사이가 없었지만 관가官家의 동헌東軒 앞 마당은 문초 받는 사람 하나 없이 언제나 조용하기만 했다.

아직도 한 놈도 잡지 못했느냐? ”

수원부사 최상부의 독촉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다.

한 놈도 눈에 뜨이지 않아 못 잡은 줄로 아뢰오

못 잡은 것이 아니라 잡지 아니한 것이 아니냐? ”

그 그것은 아니옵니다

육방 관속들은 이런 대꾸로 적당히 얼버무리며 최상부崔尙夫 부사府使의 날카로운 눈을 피하려고만 했다. 구차한 살림 속에서 애꿎은 목숨을 간신히 이어가는 백성들만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성안 어느 모퉁이 집에 현륭원 관인이 나타났다. 관인官人은 이 집이 젊고 예쁜 과부의 집이란 것을 무뢰한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그것도 밝은 대낮에 거나하게 술에 취한 그는 슬금슬금 울타리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마침 뜰안에서 일을 하던 젊은 과부의 미끈한 허리 맵시도 탐스러웠지만 갸름한 얼굴도 두 손으로 실컷 만져보고 싶도록 예뻤다.

. 한번 따먹을 만한 걸...”

울타리 밖 관인이 목구멍으로 군침을 꿀꺽 삼켰다. 오관에 괴상한 감정이 동하고 사타구니 사이로 고추가 벌쭉하게 일어서면서 아랫배에 자꾸만 힘이 갔다. 막 안으로 뛰어 들어 갈려고 하다가 그것보다도 먼저 젊은 과부가 자기처럼 욕정이 일도록 일을 꾸미려는 생각이 들자 서슴치 않고 관인은 허리춤을 끄르고 흉한 그것을 울타리 틈으로 내밀었다. 남이 보면 소피小便를 보는 자세였다. 그러나 안에서 본다면 젊은 과부로서는 차마 못 볼 흉측한 것이었다.

어마나 ......”

젊은 과부는 기겁을 하고 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순간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물들었다.

으하하하... 아무리 수절하는 과부라 해도 이제는 별 수 없겠지

관인官人은 성큼성큼 고르지 못한 발걸음을 울타리 안으로 옮겨 놓았다. 바로 이때였다.

앗 관인이다! ”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한 어린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젊은 과부가 의지하고 사는 단 하나 밖에 없는 외아들이었다.

어떡하나. 우리 엄마...”

금방에 울상이 되었다. 어린 마음에도 관인官人의 추잡한 행동과 엄마의 치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관가로 뛰었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엄마를 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침 관가 동헌에는 수원부사 최상부가 봉이 김선달과 앉아 있을 때였다.

나으리! 우리 엄마 살려 주세요. 관인이 왔어요

목이 찢어질 듯 아이는 외쳤다.

그래 너의 집이 어디냐 ? ”

최상부는 관인이라는 말에 황급히 마당으로 내려섰다. 급한 나머지 미처 신발도 신지 못한 체로 내려섰다가 다시 신발을 찾아 신었다. 봉이 김선달은 이제야 일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젖어 있으면서도 태연한 모습으로 마당으로 내려섰다. 아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띄엄띄엄 본 그대로 말했다.

오냐 어서 가자! ”

최상부崔尙夫는 환도還刀를 집어 들고 직접 나섰다. 어쩐지 나졸만을 보내는 것이 미덥지 않아서였다. 최상부의 뒤에는 몇몇 나졸들이 따랐고 동헌 마당에는 봉이 김선달만이 서성거렸다. 급히 달려간 최상부는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옷을 벗겨 놓고 막 젊은 과부를 겁탈하려던 관인을 체포하여 관가로 데리고 왔다. 그러나 관가로 끌려 오는 동안 관인은 최상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크게 웃었다. 심지어는

나를 이렇게 대하면 크게 다칠 줄 아시오 ! ”

하면서 협박까지 서슴치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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