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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칠십 두 번째회 (72)

 

 

 

 

봉이 김선달 제2부 칠십 두 번째회 (72)

 

     봉이 김선달

 

수원성水原城을 높이 쌓아야 하는 대사大事를 맡겨야 하겠기에 조정에서는 적합한 인물을 골라 새로 임명한 것이다. 물론 최상부가 수원부사로 부임하게 된 데에는 봉이 김선달이가 평양 감사에게 인사청탁을 했고, 갑부 박광서朴光書에게도 부탁하여 조정대신들에게 뇌물을 주고 인사청탁을 하도록 한 것이 크게 작용하였다.

최상부崔尙夫는 부임해 오자마자 현륭원顯隆園 관인官人들의 행패가 극심함을 알았다. 더욱이 수원부사로 부임해 오기 몇 달 전, 일개 나그네의 행색으로 수원성내를 지나게 될 때 써붙어 있는 방을 보고

허 알기는 아는 모양이군

하고 젊은 내외의 애처로운 죽음을 슬퍼한 나그네가 바로 그였던 것이다. 최상부가 수원성내를 나그네로 지나게 된 것은 친척 중의 한 사람이 수원부에 살다가 평양으로 이사해 왔는데 그 친척을 통해 현륭원 관인들의 행패를 들어서 알고 있던차 수원부 백성들의 원성怨聲을 직접 염탐廉探하기 위해 나그네 행색으로 왔던 것이다. 그래서 부임하자마다 그 행패를 막으려는 굳은 의욕으로 불타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벼슬 자리와 생명까지 제물로 바치더라도 좀처럼 막아내기 어려운 행패였다. 하지만 왕과 조정 대신들의 권력이 막강하다 해도 불의에 굴복하고 그냥 주저 앉아 있을 최상부가 아니었다. 일종의 반항심 같은 의분義憤이 최상부의 가슴속에는 의젓하게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수원부사 최상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현륭원 관인들의 행패를 뿌리 뽑고자 노심초사 하던 끝에 이 일을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과 의논하기로 하고 평양으로 사람을 보내어 급이 와 달라는 전갈을 보냈다. 최상부의 전갈을 받고 수원부로 온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수원부사 최상부崔尙夫에게

나와 상의할 일이라니 무슨 일인가? ”

하고 묻자 최상부는

자네가 아니면 해결 할 수 없는 일이라 급히 불렀네. 날 좀 도와주게

뭘 도와 달라는 건가.......”

최상부崔尙夫는 지금까지 있었던 현륭원 관리들의 행패를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말했다. 최상부의 말을 듣고 난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잠시 생각에 골몰하다가 입을 열었다.

왕과 조정 대신들의 비호를 받고 있는 그들의 행패를 뿌리 뽑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네... ”

그러니 자네를 불러 상의하는 것이 아닌가. 나를 도와 주는 것은 바로 수원 백성들을 도와주는 것이네.. 그러니 백성들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 해야 이들의 행패를 뿌리 뽑을 수 있을지 알려 주게

으음... 하기야 방법이 전연 없는 것은 아니지만 ...”

무슨 방법인지 말해 주게

알겠네. 일이 잘되면 국화주 한 잔은 있겠지

국화주 한 잔 뿐이겠나. 응분의 사례를 하겠네

으음. 알겠네. 왕과 조정 대신들의 비호庇護를 받고 있는 그들이라면 관가에 잡혀 와도 곤장 한 두 대로 일을 끝낼려고 할 것이네. 그렇다고 왕과 조정 대신들의 명령을 거역하고 참수를 하겠다고 나설 수도 없을 터이니 곤장 한 두 대로 명줄을 끊어 놓는 수 밖에 없네

으음 그래

최상부崔尙夫는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의 말대로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곤장 한 두 대로 명줄을 끊어 놓을 방법에 대해서 두 사람은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다음날 수원부사 최상부는 육방 관속들에게 엄포를 내렸다.

앞으로 성 안팎에서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리거나 계집을 탐하는 현륭원 관인이나 무뢰한이 있으면 지체 말고 관가로 잡아 들여라! ”

동헌東軒에서 발을 구르기까지 하면서 관속들에게 단단히 일러 주었다.

예잇. 분부대로 시행하오리다! ”

모두 그 앞에 허리를 굽혀 머리를 조아렸지만 그들의 찌푸린 얼굴에는 온통 난처한 기색뿐이었다. 심지어는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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