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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칠십 번째회 (70)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칠십 번째회 (70)

 

봉이 김선달

 

어마나! 현륭원 관인들이.... ”

겁에 질려 여인들이 앞을 다투어 몸을 피하려는 것을 못생긴 관인이 두 팔을 쩍 벌리고 막아 섰다.

소인 문안 아뢰오. 마침 갈증이 심하여 물 한 사발 적선 하옵소서

팔을 벌리고 선 채 상반신을 약간 숙여 보였다. 눈병을 앓는 개처럼 벌개진 눈알은 와들와들 떨고 있는 여인들의 얼굴 위에서 이리저리 방자하게 굴렀다.

어느 계집이 제일 예쁠까? ”

침이 한 치 가량이나 흘러 내리는 것을 붉은 혓바닥 끝으로 슬쩍 가로 핥았다. 어느새 눈망울이 어느 여인의 얼굴 위에서 못에 박힌 듯이 멈춰졌다. 날씬한 몸매와 갸름한 얼굴이 귀엽고 아름답게만 보이는 젊은 규수였다. 이 여인 앞으로 못생긴 관인이 한 발 다가섰다. 역시 팔을 벌린 채다.

여왕님께 문안 아뢰오. 소인인들 어찌 아름다운 꽃을 마다 하오리까. 손수 떠주시는 물을 한 모금 마시오면 소인은 이제 죽어도 한이 없겠나이다

검붉은 얼굴에 음탕한 웃음이 개기름처럼 넘쳐흐를 때마다 고약한 술냄새가 여인의 코 끝으로 확 배어 들어 왔다.

어마나.... ”

못생긴 관인官人이 다시 다가섰다.

이 몸은 서방님이 있는 몸이예요

여인은 애걸하며 뒷걸음질 쳤지만 험악한 그들의 발걸음은 이것을 꺼리고 주저하지 않았다. 이러 쫓고 저리 쫓기고 하는 동안 관인의 긴 소맷자락이 허공에서 괴상한 춤을 추웠다. 하지만 누구 한 사람 선뜻 나서서 가로 막아 주지 않았다. 다들 겁을 먹고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었다. 마음은 쓰리고 아팠지만 후환이 두려웠던 것이다. 기어이 여인은 골목길을 이러저리 돌아서 작고 아담한 초가草家의 문안으로 쫓기듯 들어 갔다. 여인은 문안에 들어서자마자 곧 몸을 돌려 대문을 잠그려 했지만 뒤쫓아 온 관인官人 셋이 일제히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도리어 대문은 크게 열려졌다. 맨 나중에 들어선 관인官人이 대문을 잠갔다.

왜들 이러시오? ”

앗따 몰라서 물어시오? ”

여인의 남편으로 보이는 사나이가 벌써 기미를 알고 버럭 소리치며 방안에서 뛰쳐 나왔다. 그러나 곧 관인들의 손으로 대문 기둥에 꽁꽁 묶여 버리고 말았다.

이놈들아! 이게 무슨 짓이냐? ”

사나이는 악을 썼으나 관인官人들의 귀에 들릴 리가 없었다.

주둥아리 닥쳐! ”

관인들은 사나이의 입을 수건으로 틀어 막고 보지 못하게 거적을 씌웠다. 먼저 못생긴 관인이 방안에 뛰어 들었다. 벽이 무너질 듯 심한 싸움이 벌어졌다. 목이 찢어질 듯 소리치는 여인의 비명과 함께 엷은 여인의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무척 짧은 시간이었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여인의 비명이 점점 힘 없이 가늘어지면서 관인官人의 흥분된 숨소리는 모든 음향을 덮어 누르듯 점점 높아졌다. 숨막히는 시간은 꽤나 오래 지속되었다. 부시럭거리며 옷을 주워 입는 소리를 듣고 다른 관인官人이 방안에 들어 섰다. 그동안 대문 기둥에 묶인 사나이는 이를 수 없이 갈았다. 천하를 불 사를 듯 무서운 불꽃이 부릅뜬 두 눈에서 시종始終 사라지지 않았다. 관인官人 셋이 차례로 겁탈하고 사라진 후 여인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셋이나 되는 사내官人에게 윤간輪姦을 당하느라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 듯한 느낌으로 여인은 풀어진 옷고름을 매만질 생각조차 하지 못했든지 하얀 속살을 드러낸 채 사나이가 있는 곳까지 엉금엉금 기어 나오다시피 했다. 무엇보다도 남편의 품에서 실컷 울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남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에 반쯤 잘린 혀끝에서 아직도 붉은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야속합니다. 어찌 하라고 먼저 가십니까. 저도 뒤를 따르겠습니다

미친 듯 울부짖던 여인도 남편의 허리에서 장도를 찾아 들었다. 기왕 뭇 사내들에게 더럽힌 몸이라고 생각한 여인은 서슴치 않고 가슴에 장도를 꽂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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