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육십 다섯 번 째회 (65)
봉이 김선달
“ 여보! 도대체 무얼하기에 늘 방에만 들어 박혀 있수?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구...”
“ 추운 겨울에 어딜 나가라구 그래... 지금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대동강 물이 꽁꽁 얼어 있다구...”
“ 아무리 추워도 하루 종일 방안에만 들어 박혀 있으니 답답해서 그래요 ”
“ 답답해도 내가 답답하지 당신이 답답할게 뭐야. 내가 뭘 하던지 마음 갖지 말고 하루 세끼 밥이나 잘 지어 올리시오. 으흠.. ”
“ 그런데 말이우? ”
“ 또 무슨 소리를 할려고 그래 ”
“ 저수지만 파 놓고 어쩌자는 것이오? ”
“ 강물을 끌어 올려야 하는데 당신 아다싶이 강물이 꽁꽁 얼어 붙어 있으니 내년 봄 강물이 녹으면 물을 끌어 올려 저수지에 담을 생각이오 ”
“ 무슨 방법으로 강물을 끌어 올린단 말이우? ”
“ 글쎄 그 방법을 생각중에 있으니 내가 뭘 하던 옆에 와서 자꾸 말씨를 뿌리지 말라구.. ”
봉이 김선달은 그렇게 한 마디 던지고는 책상 앞에 앉아 붓으로 종이(한지)에다 무엇인가 열심히 쓰고 또 쓰고 하더니 이번에는 종이를 찢어 버리고 또 다른 종이에 쓰고 찢기를 수 없이 반복하면서 설계도를 만드는데 온 정신을 쏟았다.
그러나 김선달의 마누라는 남편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듯 외출을 삼가하고 벌써 한 달 가까이 방안에만 들어 박혀 책상 앞에 앉아 붓대만 놀리고 있는 남편이 겨울에 할 일이 없어 글씨 쓰는 연습이나 하고 있는 줄 알고 답답하다는 표정이었다.
지금 김선달이가 설계도設計圖를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는 것은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낮은 지대에 있는 강물(대동강)을 제방 넘어 논으로 퍼 넘기는데 사용하는 기구인 수차水車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김선달의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있는 것은 얼레 같이 생긴 도구를 만들어 강물을 퍼 올리자는 것이었다. 김선달이가 이러한 생각을 한 것은 목화木花로 실을 뽑는 물레에서 착안 했는데 한 달 가까이 꼬박 방안에 들어 박혀 물 펌프 역할을 하는 수차水車를 만들기 위한 도면圖面을 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저수지는 이미 완공된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물을 퍼 올리는 수차水車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드디어 한 달 보름이 조금 지나자 한 개의 굴대 주위에 여러 개의 나무판을 나선형螺旋形으로 붙여 마치 날개 달린 바뀌처럼 보이는 기구의 도면을 완성했다. 날개판을 두 발로 번갈아 밟으면 바퀴가 돌아가고 퍼올려진 물이 봇도랑을 통해 자기네 저수지貯水地에 일단 가두어 저장해 놓았다가 논으로 물을 대준다는 계획이었다. 설계도면이 완성되자 봉이 김선달은 젊은 목수쟁이를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 나무로 이런 걸 만들려고 하는데 만들 수 있겠는가? ”
목수쟁이는 도면을 보자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만 두리번 거렸다. 생전 처음보는 도면圖面이라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 이것이 무엇입니까? ”
“ 이건 물을 퍼 올리는 기구일세. 낮은 데 있는 강물을 제방 넘어 논으로 퍼 넘기자는 것이네 ”
“ 물레같이 생긴 것인데 이걸 어떻게 움직여서 물을 퍼 올린단 말입니까 ? ”
봉이 김선달은 도면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짚어 가면서 목수쟁이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