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육십 한 번째회 (61)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육십 한 번째회 (61)

 

        봉이 김선달

 

사람이지 뭐긴 뭐야 ? ”

이거 이제보니 평안도 촌놈이 어디라고 큰 소리야. 썩 물러가지 못할까 ? ”

이거 비키지 못해? 이마에 호박꽃이 피어야 알겠느냐 ? ”

아니 이 놈이... ”

화가 난 문지기는 그대로 봉이 김선달을 번쩍 들어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렸다.

아이쿠! ”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김선달金先達은 보자기에 싸가지고 있던 벼루를 일부러 내리쳐서 산산히 깨트려 버렸다. 땅바닥 위에 잠시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던 김선달은 땅바닥에 깨어져 흩어진 벼루를 보자 갑자기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대성大聲 통곡痛哭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구 나는 이제 죽었구나. 저 벼루가 어떤 벼루인지 아느냐.. 에이고 에이고 난 죽었네.. 난 이제 죽었어.....”

봉이 김선달이 워낙 시끄럽게 울며 떠벌이는 바람에 안채에 있던 황정승이 이 소리를 듣게 되었다.

밖에 왜 저리 소란스러우냐? ”

황정승은 하인에게 물었다.

. 어느 평안도 사나이가 대감 나으리를 뵈러 왔다면서 대문간에서 옥신각신 하다가 벼루를 깨뜨렸다고 합니다

벼루를? ”

황정승은 벼루라는 말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즉시 그 사나이를 불러 오라는 분부를 내렸다.

하인은 김선달에게 다가서며

우리 대감 나으리께서 데리고 오라하니 날 따라 오너라! ”

하자 김선달은

벼루가 깨졌는데 무슨 염치로 대감 나으리에게 간단 말이오

하였다. 하인은

우리 대감 나으리 분부시니 어서 가자! ”

하였다. 김선달은 못이긴척 하면서 얼굴이 눈물 범벅이 된 채 황정승 앞으로 끌려 왔다.

너는 어디서 온 사나이냐? ”

. 소인은 평양 감사의 특사로 대감 나으리를 뵈러 왔습니다

평양 감사의 특사로? ”

. 그러하옵니다. 평양 감사께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家寶인 벼루를 대감 나으리께 바치고 오라는 분부를 내리셨습니다. 아이고 소인은 이제 죽었습니다

봉이 김선달은 일부러 능청스럽게 또 다시 한바탕 울음을 쏟았다.

아이고 이제 난 죽었구나.. 난 죽었어...”

그러자 황정승은

왜 우느냐? 어서 말해 보거라

황정승의 물음에 봉이 김선달은 벼루를 깨뜨린 사정을 낱낱이 말했다.

으음.. 그래.. 그렇다면 네 잘못이 아니라 우리 하인이 잘못한 것이구나! ”

황정승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벼루를 깨뜨린 원인은 자기 집 문지기에게 있었다.

그래. 그 벼루 때문에 네가 죽는단 말이냐? ”

. 그러하옵니다. 벼루를 대감 나으리께서 잘 전달해 드려야지 추호라도 불상사가 있으면 소인의 목을 베겠다는 평양감사 나으리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으음. 알았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황정승은 곰곰이 생각했다. 자기 집에서 일어난 불상사로 인하여 죄 없는 백성을 죽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평양 감사가 보낸 선물을 못 받게 된 것은 섭섭한 일이지만 평양 감사의 뜻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걱정할 것 없다. 가서 잘 전했다고 말씀드려라

 

 

<계속>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