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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오십 다섯 번째회 (55)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오십 다섯 번째회 (55)

 

        봉이 김선달

 

 

                                                           (9)

 

어느덧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도 다 지나가 버리고 이제는 더위도 서서히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가뭄으로 비를 기다리는 농민들의 안타가운 마음은 가을 추수를 앞두고 깊은 시름만 더해가고 있었다. 오랜 가뭄으로 농사를 망쳐버렸기 때문이었다.

쭉정이 뿐인 벼이삭을 거두면 뭘하나...”

참으로 하늘도 무심하지.. 삼년동안 비 한방울 오지 않으니 참으로 살기가 어렵구만.. ”

그러기 말이야. 게다가 탐관오리들의 횡포도 심하니 죽을 사람은 우리 같은 농부들 뿐이지.. ”

. 아침 저녁으로 산들바람이 이는 것을 보니 가을이 멀지 않았구나! ”

가을이 와도 온통 말라 죽고 거둘게 없으니 반갑지 않구만... ”

들판에 서서 가뭄으로 말라죽은 곡식을 바라보며 한숨을 짓고 있는 농부들의 얼굴에는 비통한 표정이 베어 있었다.

어느날 아침 마루에 앉아서 장죽을 입에 물고 담배를 피우고 있던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이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는데 난데 없이 싸립문 밖에 관가官家의 포졸 두 명이 나타났다.

으음.... ? ”

비록 죄를 지은 것은 없지만 워낙 관리들이 부패하고 깊게 썩어 문들어져 있는 터이라 혹시나 없는 죄를 만들어서 잡으려 오지 않았나 싶어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여봐라! ”

아니나 다를까 포졸은 싸립문 밖에서 큰 소리로 사람을 불렀다.

에그.. 여보! 관가에서 포졸들이 나왔구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 ”

봉이 김선달의 마누라는 포졸을 보자 그만 기가 질려서 사시나무처럼 몸을 벌벌 떨며 김선달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허어. 이런 못난 사람을 봤나. 죄 없이 떨기는 왜 떠는 거야! ”

죄가 없기는 왜 없어요? 돈 한푼 없이 밖에 나갔다 오면 돈을 가지고 들어 오니 그게 다 죄가 아니고 뭐예요? ”

허허 이 여편네가 또 내 아픈 가슴을 건드리네.... ”

마루에서 이렇게 김선달 내외가 옥신각신 하고 있는데 밖에서 포졸들이 부르는 소리가 났다.

여봐라! ”

으음. 내 나가 보고 오지! ”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얼굴에 웃음을 흘리며 포졸을 맞았다.

선달님! 감사 나으리께서 부르십니다

포졸들은 조심스럽게 봉이 김선달에게 말했다.

감사 나으리께서 ? ”

. 그렇습니다. 감사 나으리께서 선달님을 모시고 오라는 분부가 계시었습니다

( 으음.. 모시고 오라는 분부라면 날 죄인으로 잡으로 온 것은 아니구나.. )

그렇게 생각한 봉이 김선달은 혹시나 무슨 죄로 잡으려 오지 않았나 하고 두근거리던 가슴은 가라 앉았으나 높으신 평양 감사 나으리께서 보자는 데에는 더욱 더 궁금증이 생겼다.

어서 차비를 차리시오

지금 당장 말입니까 ? ”

그렇소

가자고 하니 갈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잠깐만 기다리시오! 내 옷을 갈아 입고 오리다

봉이 김선달은 포졸들에게 이렇게 말해 놓고 방으로 들어 왔다.

왜 그러우? ”

마누라는 아직도 겁에 질린 얼굴로 김선달에게 물었다.

감사가 날 좀 만나자는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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