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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사십 여덟 번째회 (48)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사십 여덟 번째회 (48)

 

봉이 김선달

 

 

. 천하의 재주꾼 봉이 김선달께서 그것도 모르시나요? 오늘 아침부터 쌀이 없어서 입술이 한 일()자로 착 달라 붙을 것이란 말이예요

그 말을 듣자 봉이 김선달은 입가에 방긋이 웃음을 흘리면서 벌떡 일어났다.

으음. 난 또 무슨 소린가 했지... 아 쌀이 없으면 여보 ! 오늘 아침거리가 없구려. 이렇게 쉽게 나올 일이지 말을 뱅뱅 돌려서 입 구()변에 한 일()자 운운하면서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건 없지 않소 ? ”

. 당신은 천하에 태평 세월이구려. 며칠 먹을 양식도 없는 주제에 그래 꽃놀이는 무슨 놈의 얼어 죽을 꽃놀이란 말이우? 꽃놀이를 다니실려면 쌀독에 양식이나 좀 채워 넣고 다니시구려! ”

으음. 그게 그렇게 되었구만... 내가 미처 그쪽에 신경을 써지 못해서 미안하구려.. 이제 알았어.. 앞으로는 당신 말대로 쌀독에 양식을 꼭꼭 눌러 담아 놓고 다닐테니 이번만은 좀 적당히 넘어 갑시다

적당히 넘어가다니 그러면 어떡할 것이우? ”

어떡하긴? 내 냉큼 나가서 양식을 구해 오리다! 그러니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시오

돈도 없는데 무슨 수로 양식을 구해 온단 말이오! ”

봉이 김선달의 마누라는 양식이 없는 것을 기회로 바가지를 달달 긁기 시작했다.

앗따 내가 언제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봤소... 모르면 차라리 입이나 다물고 있구려. 이번에 말이야. 꽃놀이 갔다 온 것도 나에겐 하나의 장사란 말이오. 당신이 보기에는 내가 놀러다니는 것 같지만 이 봉이 김선달이가 움직이는 것은 모두가 장사라구 장사란 말이야.. 암 장사구 말구 허허허...”

뭐요? 장사라구요 ? ”

. 장사지 장사구말구.. 그러니 여러 소리는 쑥 빼버리고 어서 쌀 자루나 내놓구려! 그 다섯 말 들어가는 큰 쌀 자루가 있지 않소 ? 그걸 가져 오시우

워낙 엉뚱하고도 기막힌 짓을 잘하는 남편임을 잘 알고 있는 아내는 다섯 말 들어 가는 큰 쌀자루를 얼른 가져다 주었다.

이만 하면 됐어요 ? ”

되나 안되나 이 보다 더 큰 쌀 자루는 없으니 하는 수 없지... ”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쌀 자루를 들고 곧 바로 능라도 오달평네 주막으로 발길을 옮겨 놓았다.

안녕하시우? ”

주막집 안으로 들어서자 봉이 김선달은 우선 오달평의 마누라를 보고 방긋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일찍부터 선달님께서 왠 일시우? ”

별로 달갑지 않다는 말투였다. 저 꾀보가 또 공짜 술 생각이 나서 왔겠지 하는 모습으로 오달평 마누라는 봉이 김선달을 맞았다.

일찍이 찾아 올 일이 갑자기 생겨서 왔소... 그 쌀 다섯 말만 꾸어 줄 수 없소? ”

쌀 다섯 말을 꾸어 달라구요 ? ”

앗따 갑자기 귀가 먹었나 한번 한 말을 알아들지 못하다니... 알아듣지 못했다면 다시 한번 말하지.. 쌀 다섯 말을 꾸어 주시오. 뭐 꾸어 주기 싫으면 그냥 줘도 싫다는 소리는 하지 않을테니... ”

꾸어 주는 것도 될까말까 하는 판인테 그냥 달라니 오달평 마누라는 기가 막혔다. 여러 말 할 필요가 없다는 듯 봉이 김선달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 얼굴 표정은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고 오히려 당연하게 말 할 권리가 있다는 듯한 호기로운 모습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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