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사십 여섯 번째회 (46)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사십 여섯 번째회 (46)

 

 

봉이 김선달

 

 

영특하신 신령님이시여 .....”

드디어 오달평 마누라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저는 과거에 저지른 죄가 꼭 한가지 있습니다. 그건 다름이 아니옵고 건넛 마을 박첨지라는 사나이와 하룻밤 정을 통하게 되어 그만 부녀자로서 지켜야 할 정조를 더럽혔습니다. 저의 죄는 이것 뿐입니다. 하늘에 맹세하고 저는 평생 딱 하나 이 죄 뿐입니다

이 소리를 듣고 봉이 김선달은 마치 자기가 심판자라도 되는 것처럼 엄한 목소리로 오달평 마누라를 불렀다.

아니 석쇠 엄마 ? ”

..”

공포에 질려선지 목소리가 떨렸다.

그렇게 말해서는 신령님에게 용서를 받을 수가 없소. 어디서 어떻게 박첨지라는 남정네와 정을 통했는지를 자세하게 이실직고以實直告 해야만 신령님께서 용서해 주십니다. 그러니 좀더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낱낱이 말을 하십시오! ”

봉이 김선달의 말을 듣은 오달평 마누라는 잠시 난처한 안색顔色을 보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고 말했다.

저는 꼭 세 번 남편의 눈을 피해서 박첨지와 정을 맺었습니다. 첫번 째는 재작년 여름 대동강 모래밭에서였고 두번 째는 동네 앞 물레방앗간에서였고, 세 번 째는 작년 여름과 가을에 우리집 양반이 출타한 틈에 저희 집 안방에서 정을 통했습니다. 모두가 이 년의 좁은 소견에서 나온 행동이니 신령님께서 널리 굽어 살피시어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

그 정도면 됐습니다... 그렇게 해야 신령님께서 죄를 용서해 주십니다...”

봉이 김선달의 말에 마음이 약간 홀가분해진 오달평 마누라는 꿇어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음 분은 누가 나설 것입니까? ”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다음 사람을 찾았다. 지금껏 서로가 마음은 있지만 선뜻 나서질 못하고 있던 여자들은 오달평의 마누라가 시원스럽게 죄를 고백하는 것을 보고 다소 용기를 얻은 듯 너도 나도 앞 다투어 나섰다.

( 흥 일이 강물처럼 잘 흘러 가는구나! )

봉이 김선달은 코웃음을 치며 한꺼번에 나서는 여자들을 차례 차례 순서대로 나오라고 일렀다.

순서대로 나오십시오 ! ”

이번에는 윤진사댁 젊은 며느리 차례였다.

. 이리 오십시오. 뭐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사실 죄라는 것은 누구나 다 한 두가지는 있는 법입니다. 살생을 안한다는 스님도 산길을 걷다가 자기도 모르고 개미를 밟아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죄가 있다고 해서 너무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얼굴이 빨갛게 홍당무가 되어 있는 윤진사댁 젊은 며느리를 바라보며 김선달은 등까지 쓰다듬어 주었다.

신령님 저는.....”

바르르 떨리는 윤진사댁 젊은 며느리의 목소리가 나오다 말고 막히고 말았다. 몹시 주저하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봉이 김선달은

어허... 무엇을 그리 망설이시오? 조금전에 석쇠 엄마가 고백을 하는 것을 듣지 않았습니까? 그러지 마시고 이왕 마음 먹었으니 주저하지 말고 술술 틀어 놓으시오

봉이 김선달이 옆에서 재촉을 하자 윤진사댁 젊은 며느리는 당황하여 입을 열었다.

.. .. 고백 하겠습니다...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만 귀신이 씌였는지 그만.... ”

어서 고백하시오! ”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의 호통이 떨어졌다.

 

<계속>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