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사십 여섯 번째회 (46)
봉이 김선달
“ 영특하신 신령님이시여 .....”
드디어 오달평 마누라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 저는 과거에 저지른 죄가 꼭 한가지 있습니다. 그건 다름이 아니옵고 건넛 마을 박첨지라는 사나이와 하룻밤 정을 통하게 되어 그만 부녀자로서 지켜야 할 정조를 더럽혔습니다. 저의 죄는 이것 뿐입니다. 하늘에 맹세하고 저는 평생 딱 하나 이 죄 뿐입니다 ”
이 소리를 듣고 봉이 김선달은 마치 자기가 심판자라도 되는 것처럼 엄한 목소리로 오달평 마누라를 불렀다.
“ 아니 석쇠 엄마 ? ”
“ 네..”
공포에 질려선지 목소리가 떨렸다.
“ 그렇게 말해서는 신령님에게 용서를 받을 수가 없소. 어디서 어떻게 박첨지라는 남정네와 정을 통했는지를 자세하게 이실직고以實直告 해야만 신령님께서 용서해 주십니다. 그러니 좀더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낱낱이 말을 하십시오! ”
봉이 김선달의 말을 듣은 오달평 마누라는 잠시 난처한 안색顔色을 보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고 말했다.
“ 저는 꼭 세 번 남편의 눈을 피해서 박첨지와 정을 맺었습니다. 첫번 째는 재작년 여름 대동강 모래밭에서였고 두번 째는 동네 앞 물레방앗간에서였고, 세 번 째는 작년 여름과 가을에 우리집 양반이 출타한 틈에 저희 집 안방에서 정을 통했습니다. 모두가 이 년의 좁은 소견에서 나온 행동이니 신령님께서 널리 굽어 살피시어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
“ 그 정도면 됐습니다... 그렇게 해야 신령님께서 죄를 용서해 주십니다...”
봉이 김선달의 말에 마음이 약간 홀가분해진 오달평 마누라는 꿇어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럼 다음 분은 누가 나설 것입니까? ”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다음 사람을 찾았다. 지금껏 서로가 마음은 있지만 선뜻 나서질 못하고 있던 여자들은 오달평의 마누라가 시원스럽게 죄를 고백하는 것을 보고 다소 용기를 얻은 듯 너도 나도 앞 다투어 나섰다.
( 흥 일이 강물처럼 잘 흘러 가는구나! )
봉이 김선달은 코웃음을 치며 한꺼번에 나서는 여자들을 차례 차례 순서대로 나오라고 일렀다.
“ 순서대로 나오십시오 ! ”
이번에는 윤진사댁 젊은 며느리 차례였다.
“ 자. 이리 오십시오. 뭐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사실 죄라는 것은 누구나 다 한 두가지는 있는 법입니다. 살생을 안한다는 스님도 산길을 걷다가 자기도 모르고 개미를 밟아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죄가 있다고 해서 너무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얼굴이 빨갛게 홍당무가 되어 있는 윤진사댁 젊은 며느리를 바라보며 김선달은 등까지 쓰다듬어 주었다.
“ 신령님 저는.....”
바르르 떨리는 윤진사댁 젊은 며느리의 목소리가 나오다 말고 막히고 말았다. 몹시 주저하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봉이 김선달은
“ 어허... 무엇을 그리 망설이시오? 조금전에 석쇠 엄마가 고백을 하는 것을 듣지 않았습니까? 그러지 마시고 이왕 마음 먹었으니 주저하지 말고 술술 틀어 놓으시오 ”
봉이 김선달이 옆에서 재촉을 하자 윤진사댁 젊은 며느리는 당황하여 입을 열었다.
“ 네.. 네.. 고백 하겠습니다...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만 귀신이 씌였는지 그만.... ”
“ 어서 고백하시오! ”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의 호통이 떨어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