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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사십 다섯 번째회 (45)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사십 다섯 번째회 (45)

 

봉이 김선달

 

 

 

. 지금 내가 한 말을 잘 들으셨지요? 이곳은 천하에 둘도 없는 신성한 곳이라 누구든지 이 곳을 지날 때에는 과거에 저지른 죄를 낱낱이 이실직고以實直告 해야만 앞 날에 재앙災殃이 없이 순탄하게 살아갈 수 있으며 죽으서도 편안히 극락에 갈 수 있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자기의 죄를 숨기고 감출려고 한다면 신령님께서 크게 노하시어 사흘 안으로 재앙이 내린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나처럼 과거에 저지른 죄를 빠짐없이 고하고 신령님께 용서를 비십시오! ”

생각지도 않았던 봉이 김선달의 말에 여자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한 듯 불안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봉이 김선달은

그렇게 망서릴 필요는 없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옷이 없다는 말처럼 신령님이 아닌 바에야 누구나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모두 다 죄를 가지고 있는 법입니다. 죄가 얼마나 크냐 작으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 죄를 고백하고 신령님의 용서를 받는 마당에 죄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마시고 모처럼 얻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어서 고백을 하십시오. . 그럼 어느 분이 먼저 하시겠습니까? ”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자못 웅변 섞인 투로 이렇게 말하고 나서 여자들의 얼굴을 주욱 훑어보았다. 그러나 누구 하나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 이거 내가 공연히 헛소리를 지껄인 꼴이 되었구만...”

김선달은 가슴이 탔다. 아무도 자기 죄를 고백 할려고 나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 .................”

긴장된 침묵이 흘렀다.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

좋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신변이나 가정에 어떤 재앙이 내린다 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마십시오. 두 번 다시 이곳에 와서 신령님께 죄를 용서 받도록 해 달라고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 나는 시원스럽게 죄를 고백했으니 다음 곳으로 옮깁시다! ”

봉이 김선달은 은근히 위협적인 말로 여자들의 마음을 살짝 찔러 놓고는 짐짓 그곳을 떠나려고 발길을 돌렸다. 그때였다.

여보세요 선달님! ”

능라도 주막집 오달평의 마누라가 다급하게 김선달을 불렀다.

왜 그러시우? ”

봉이 김선달은 시침을 뚝 떼고 이미 두어 발자국 떼어 놓은 발걸음을 멈추고 오달평의 마누라를 바라 보았다.

. 잠깐만 계세요. 전 지금 제가 과거에 저지른 죄를 신령님께 고백하기로 결심을 했어요

( . 그러면 그렇지 )

봉이 김선달은 마음 속으로 만족해 하면서 오달평 마누라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오달평 마누라는 얼굴이 창백하도록 긴장되어 목소리마저 떨렸다.

암 생각 잘 하셨구려. 글쎄 이런 기회도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데 그냥 지나친다면 어디 말이 됩니까 ? 역시 석쇠 엄마가 제일이구려. 그럼 이리 오십시오 ! ”

봉이 김선달은 오달평의 마누라를 데리고 조금 전 자기가 꿇어 않았던 곳에 오달평 마누라를 앉게 하고는 죄를 고백하게 했다.

이곳에서 저 굴속을 바라보면서 어서 과거에 부질없이 저지른 죄를 고해 올리시오! ”

그렇게 말하고 나서 봉이 김선달은 자신이 마치 무슨 증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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