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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사십 네 번째회 (44)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사십 네 번째회 (44)

 

 

봉이 김선달

 

 

 

정말 이런 경치는 처음입니다

송씨 엄마가 냉큼 받았다.

이 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천하의 명산이지요. 옛날에는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이 산에 올라 온다는 것은 어림도 없었지요. 그만큼 이 산은 영험이 있는 산입니다. . 그럼 우리도 슬슬 올라가 봅시다

한숨 돌리는 것도 잠시 봉이 김선달은 우물쭈물 늑장을 부리는 여자들을 재촉해서 다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디선지 뻐꾹새가 뻐꾹뻐꾹 하면서 울고 있었다.

저 뻐꾹새는 독한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를 하느라 남편과 옷도 한번 벗지 못하고 죽은 며느리가 한이 맺혀 뻐꾹새가 되어 저렇게 벗고 벗고 한답니다

듣고 보니 벗고 벗고 하는 소리 같네요

선달님은 모르는 것도 없어셔 호홋

모르는 것 빼놓고는 다 알지요

봉이 김선달은 농담처럼 그렇게 말하고는 여자들을 데리고 단군굴까지 갔을 때는 이미 남자들은 구경을 끝내고 망해사로 자리를 옮긴 후였다.

. 저기 보이는 바위 밑에 구멍이 뚫린 곳이 있지 않소 ? 그게 바로 이 금수강산에 처음으로 나라를 열고자 일으킨 단군님께서 이 세상에 나오신 곳이오

봉이 김선달은 의기양양하게 여자들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희희낙락 하던 여자들은 김선달의 말을 듣자 갑자기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면서 어두운 굴속을 쉽게 들여다 보지 못하고 멀찌감찌 떨어져서 가파른 절벽과 언덕 같은 바위의 웅대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굴속에서는 묵은 용이 웅장한 몸을 뒤틀며 금방이라도 나올 것만 같아 무서운 공포심이 가슴을 후를후들 떨리게 하였다.

그때였다. 묵묵히 무엇인가 생각에 골몰하고 있던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단군굴 가까이 성큼성큼 걸어가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합장한 채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오랜 옛날부터 억조창생億兆蒼生을 보살펴 주셔서 하늘에서는 높으신 단군왕검을 보내시어 이 강토와 백성들을 다스리게 해 주시고 지금도 굽어 살펴주시는 신령님이시여 ! 오늘 이 조선의 평양 선교리에 사는 봉이 김선달은 과거에 저지른 죄를 낱낱이 신령님께 고하여 용서를 빌고 이후부터 저승길로 갈 때까지 추호도 죄를 짓지 아니하고 착한 마음으로 살다가 극락왕생 할 수 있게 비오니 신령님께서 이 봉이 김선달을 긍휼히 여기시어 오늘 이 자리에서 쾌히 죄과를 사멸해 주시옵소서!.... 천하의 죄인 김선달은 어려서 장난이 좀 심해서 이웃집 영숙이와 보리밭에서 부둥껴 안고 한 바탕 못된 짓을 했는데 몇 번이나 했는고 하면 꼭 여섯 번 했습니다. 그게 모두 일곱 살 때와 여덟 살 때 일입니다. 그 후로는 이웃 마을 박생원네 씨암닭을 몰래 잡아다가 쇠죽 끓이는 솥에 넣어서 삶아 먹었고 그 후로는 윤참봉네 참외 밭에 들어가 노랗게 잘 익은 참외 몇 개를 따 먹었습니다. 모두가 이 봉이 김선달이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장난을 좋아하는 동심童心에서 나온 짓이니 신령님께서는 쾌히 이 봉이 김선달을 하해河海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어 죽어서 편안히 극락에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시옵소서.....”

넋두리인지 비아냥인지 입에서 빗물처럼 줄줄 쏟아지는 말을 주워 섬기던 봉이 김선달은 꿇었던 무릎을 펴고 벌떡 일어나더니 어이가 없는 얼굴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들 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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