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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칼럼 - 현명한 군주가 현신을 얻는다

칼럼

 

 

                 현명한 군주가 현신을 얻는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현명한 군주는 충신을 얻고, 무능한 군주는 간신을 얻는다는 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충신을 얻기 위해 유능한 신하보다 적어도 나라를 배신하지 않을 인재를 택했다. 신하가 권력과 재물에 탐욕이 없어야 함을 가장 소중하게 보았던 것이다. 절대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이치에 닿는 말이다. ()나라 왕 문후가 여망(呂望 : 강태공)을 얻고, ()나라 왕 유방이 장량(張良)을 얻고, ()나라 왕 유비가 제갈량을 얻고 제()나라 왕 환공(桓公)이 관중을 얻었다. ()나라 명장 악의가 여러 나라 연합군을 거느리고 제()나라를 깨뜨려 빛나는 공로를 세웠다. 그래서 왕이 악의에게 벼슬을 내리려고 하자 그는 나는 임금의 명령을 받아 전쟁에 나가 싸우는 장수이지 조정의 신하로서는 도리를 다 하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관직을 사양했다. 촉나라 유비가 위나라 조조와 수없이 전쟁을 할 때마다 승리를 이끌어 낸 제갈량도 조조, 손권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 전술만 논의했을 뿐 관직에 나가 벼슬은 하지 않았다.

 

 

전국시대 첫 강국은 위나라다. 위 문후(魏文侯)는 비범한 인물이었다. 명군 아래 명신들이 모이게 마련이어서 손자(孫子)와 함께 가장 위대한 병법가로 꼽히는 오기(吳起), 군사를 잘 다루고 원칙에 철저한 악양(樂良), 뛰어난 정치가 서문표(西門豹)를 비롯한 인재들이 그의 밑에 모여 들었다. 당시 진()나라는 한, , 조로 갈라져 있었는데, 위나라가 가장 강성했다. 문후왕이 현명했기 때문에 충직한 신하를 등용한 결과였다. 그는 전자방, 단간목, 적황 등 현자(賢者)를 옆에 두고 국정쇄신에 힘을 기울였다. 서문표는 문후왕을 위해 적항을 천거한 충신이며 명장이다. 문후왕은 서문표에게 업()이란 지방을 다스리게 했다. 그런데 그가 부정축재를 했다는 말이 나돌자 신하들은 서문표를 파직,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문후왕은 그럴 리 없다고 했지만 신하들의 주장이 하도 완강해 조사를 해봤더니 곳간에는 쌓아둔 군량미가 없고 무기고에는 창칼이 없었다.

 

 

문후왕은 크게 실망하여 서문표를 파직, 처벌하려고 했다. 그 때 서문표가 말했다. “신이 듣건 데 왕도를 행하는 군주는 백성을 부유하게 하고 전쟁에 대비하지만 패도를 행하는 군주는 적의 침략은 생각하지 않고 창고만 가득하게 쌓아 놓으면서 충신들의 말은 듣지 않고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간신들을 옆에 둔다고 하옵니다. 그런데 왕께서는 패왕이 되고자 하시므로 저와 같은 신하를 멀리 하시고자 하옵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신에게 창고가 텅 비도록 한 까닭을 말씀 드릴 기회를 주시옵소서라고 했다. 그래서 문후왕은 서문표에게 해명할 기회를 줬다. 서문표가 성벽위에 올라가 북을 치자 백성들이 갑옷을 입고 창칼을 들고 모여 들었다. 또 한 번 북이 울리자 백성들은 군량미를 짊어지고 나왔다. 또 다시 북이 울리자 백성들은 전투대열로 늘어섰다. 그제야 문후왕은 서문표가 평소에 어떻게 백성들을 다스려 왔는가를 알았다.

 

 

춘추시대에 연()나라 회왕(膾王) 때 나라에 내란이 발생하자 이를 트집 잡아 제()나라가 대군을 동원하여 연나라를 공격했다. 연 나라는 국경지역 30여 성을 빼앗기고 회왕이 살해당하는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소왕(昭王)은 나라를 재건하고자 신하에게 인재를 구하는 방법을 물었다. 소왕은 유문의 말대로 천리마를 구하는 표문을 전국에 내걸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 천리마를 팔겠다는 마상이 나타나지 않자 유문은 장사꾼 곽외에게 천리마를 사오라며 먼 길을 떠나보냈다. 그런데 3개월 만에 돌아온 곽외가 사온 말은 사마골(死馬骨 : 죽은 말 뼈)이었다. 소왕은 임금을 기만한 죄로 곽외를 죽이려고 했지만 유문의 간청으로 3 - 4개월 더 기다리면서 곽외에게 벼슬을 주었다. 그러자 장사꾼도 벼슬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천리마를 앞세운 마상(馬商)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소왕은 유문의 지혜에 탄복하여 그에게 높은 벼슬을 주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통령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여러 가지 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들 잘못도 크지만 이들을 잘 못 선택한 임명권자의 잘못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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