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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 학교는 무엇 때문에 필요한가?

 

 

칼럼

 

 

                  학교는 무엇 때문에 필요한가?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어떤 유태인 학생이 신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면접시험을 봤는데 면접관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자네는 왜 이 학교에 들어오려고 하는가?” 그러자 학생은 저는 이 학교가 좋습니다. 그래서 입학하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엔 시험관이 이렇게 말했다. ”그래? 만일 자네가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도서관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학교란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니까.“ 그러자 이번엔 학생이 시험관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그렇다면 학교는 무엇 때문에 필요합니까?“ 그러자 시험관이 이렇게 대답했다. ”학교에 가는 것은 훌륭한 인간 앞에 앉기 위해서라네. 살아있는 본보기로부터 배우기 위해서지. 학생은 훌륭한 랍비(유대교 성직자)나 스승을 지켜봄으로써 배우는 것이라네.“ 이 대화는 유대인의 성전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20166월 기준 우리나라 전국 학교 수의 통계를 보면 유치원이 8930, 초등학교가 5978, 중학교 3204, 고등학교가 2344개이다. 그리고 대학교는 175개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학교들이 주위에 산재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요즘 대학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출생률이 낮아 초중고 학급당 학생수가 감소하는 바람에 통폐합되는 학교가 적지 않다. 반면 신도시 주거지가 조성되는 곳엔 각급학교가 부족해 학교신설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 많은 학교가 무엇 때문에 필요한가? 그리고 여기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는가? 공부를 하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학교가 아니라 도서관에서도 할 수 있다. 또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집에서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경제적 비용과 노력을 쏟아가면서 학교에 간다. 왜 그러는 것일까? 그건 지(), (), ()을 겸비한 인격자가 되기 위해서다. 또 그것이 교육의 이념이다. 그렇다면 요즘 학교들은 이러한 교육이념에 충실히 교육을 하고 있는가가 문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육의 이념에 충실하기보다 교육을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교육이 인간의 가치보다 물질적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이 돈벌이의 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학교에서 1등이 사회에서 1등은 아니다란 말에 부정적이다. 이 말이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교육이 물질적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받는 사람이 반드시 사회에 나가 출세를 하고 부를 축적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로 들리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근본 이념을 깡그리 무시하는 소리가 아니고 뭔가.

 

 

 

최근 우리나라 대학교육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 끊고 있다. 서울 소재 모 여자대학이 그 중심에 있다. 대학 당국이 교육부 지원을 받기 위해 평생교육과정이란 걸 설치하려다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대학이 교육 이념보다 물질에 눈독을 들인 결과다. 공대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 공대 학원을 다니는 희한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자연계 학습에 필요한 개인소양 쌓기보다 공대에 진학하기 위해 인문계 학생들이 무턱대고 지원한 탓이다. 그 뿐만 아니다. 30~40년전에는 청소년들 대다수가 과학자를 장래 희망으로 꼽았지만 지금은 성형외과· 치괴 의사가 절대 다수다. 이쯤 되면 학교의 존재 가치가 소멸된 지 오래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일차적 책임은 우리 시회와 교육정책을 이끌어가는 국가에 있다. 또 사회의 잘못된 흐름을 무의식적으로 자녀 교육에 적용하는 가정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교육이 미래의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정책에서 비롯돼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 교육 주체들이 잘못된 행동을 일심고 눈앞의 이익만 살피면 국민뿐만 아니라 국가까지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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