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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서른 일곱 번째회 (37) 제1부 끝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서른 일곱 번째회 (37) 제1부 끝

 

 

봉이 김선달

 

 

여봐라! 이걸 포졸에게 전하여라! 갑수에게 주면 알 것이다 ! ”

. 알겠사옵니다

아 잠간.. 잊을 뻔 했구나. 봉이 김선달에게 전하라고 해라! 알았느냐 ? ”

에잇... ”

사령이 사라지고 사또 최상부는 동헌東軒 마루에 앉아서 조금 후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그런데 봉이 김선달은 지금쯤 사또 최상부가 자기에게 속은 것을 알고 노발대발 하고 있을 것을 지레 짐작하고 속으로 껄껄 웃으며 좋아했다.

그런데 왜 여태 소식이 없나? ”

김선달이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대문 밖에서 김선달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선달님 계시옵니까? ”

목소리로 보아 며칠전에 온 포졸인 듯 싶었다. 김선달은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왔다. 며칠전에 왔던 포졸 둘이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선달님! 안녕하셨습니까? 사또 나으리께서 이 서찰을 전하라는 분부이옵니다

서찰을? ”

김선달은 포졸에게 서찰을 받아 곧 바로 뜯어 보았다. 서찰 내용은 이렇다.

- 제례祭禮 하옵고, 보내주신 김선달 대형大兄의 신약神藥으로 쾌차를 얻었소이다. 이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까 고심苦心을 하다가 대형大兄께서 즐기시는 누런 국화주菊花酒를 들면서 담소(談笑)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사양하지 마시고 부디 오셔서 자리를 함께 해 주시길 바람니다 -

정성드려 정중히 달필達筆로 쓴 서찰書札이었다.

그럼 이 녀석이 쥐똥을 모르고 먹은 모양이로구나! ”

봉이 김선달은 의관衣冠을 갖춰 입고 포졸들을 앞세우고 호기롭게 동헌東軒으로 들어 갔다.

여어. 선달이 여전 하구만 그래

이거 참으로 오랜만이구만.. ”

사또 최상부와 봉이 김선달은 만나자 마자 옛날 그대로 서로가 허물없이 인사를 나누며 정답게 방안으로 들어 갔다. 사또 최상부가 입을 열었다.

여보게 선달이! 자네가 보내준 금강산에서 가져 왔다는 신약을 먹은 후 내 배앓이가 감쪽같이 나았다네. 신승神僧이 지어준 약이라더니 참으로 좋은 약이네. 그런데 한 가지가 나으니 또 한 가지가 속을 썩이는구만... 이왕 날 도와준 김에 이번에도 날 좀 도와 주게..... ”

이번에는 또 어디가 불편한가? ”

봉이 김선달은 웃음을 가슴 속에서 눌러 삼키면서 태연하게 물었다.

우리끼리만 있으니까 말이네만 항문이 근질근질하고 핏똥이 나오고 쑤시는 걸 보니 분명히 치질인 모양이야... 그런데 치질에는 암치질과 숫치질이 있다던데 암치질인지 숫치질인지 좀 봐 줄텐가 ? ”

그야 어렵지 않지.... ”

사또 최상부의 말에 봉이 김선달은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 그럼 내가 옷을 벗을테니 자세히 좀 봐 주게

하고는 사또 최상부는 아랫도리를 벗더니 허리를 굽혀 엉덩이를 쑥 내놓았다. 아무리 옛 친구지만 옷을 벗은 엉덩이에 고개를 들이 밀자니 좀 쑥쓰러워서 김선달이 머뭇거리고 있는데 사또 최상부는

앗따 뭘 그렇게 꾸물거리는가? 친구 좋다는 게 뭔가 ? 어서 좀 봐 주게

사또 최상부의 재촉에 봉이 김선달은 머리를 숙여 사또의 엉덩이를 살폈다. 그러잖아도 요즘 복통腹痛 설사로 뒷간(변소)을 자주 드나드는 바람에 항문이 빨갛게 짓물러 있어서 마치 치질처럼 보였다.

분명 치질이구만... ”

봉이 김선달이 이렇게 말하면서 진짜 치질인가 싶어 항문 가까이 고개를 더욱 바짝 숙이고 자세히 살펴 보려는 순간이었다.

그래 어떤가 ? 치질이 틀림없다면 암치질인가 숫치질인가 ? ”

사또 최상부의 말소리와 함께 으음.. 하고 힘을 불끈 주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누런 황토물 같은 똥 줄기가 벼락처럼 확 쏟아져 나와 김선달의 얼굴을 온통 누렇게 뒤덮어 버렸다.

으으윽.. ! ”

생각지도 않는 난데없는 똥벼락을 맞은 봉이 김선달은 뒤로 벌렁 넘어지면서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하하하... 그래 누런 국화주 맛이 어떤가? 더구나 자네가 보내준 쥐똥이 든 술이라 한층 더 맛이 좋을 걸세 아니 그런가 선달이? ”

사또 최상부는 방안이 떠나갈 듯 껄껄 웃으며 똥벼락을 맞은 봉이 김선달의 약을 살금살금 올렸다. 그러나 김선달은 사또에게 지지 않고 이렇게 대답을 했다.

맛은 천하天下의 일품逸品이지만 왜 이리도 냄새가 고약한가? 고약한 냄새만 아니라면 맛은 먹을만 한데... 그런데 말일세 임금을 부르지 않고 대궐을 들이치는 법이 어디 있나 ? ”

그야 피장파장이 아닌가! ”

사또 최상부崔尙夫와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방안에 가득 퍼질러진 누런 국화주 속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한동안 떠나갈 듯 껄껄껄 웃다가 더 이상 구린 냄새를 참을 수가 없어 하인下人을 불러 급히 치우게 하였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다른 방으로 옮겨 진짜 국화주菊花酒를 마시며 친구간의 우정과 회포를 풀었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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