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서른 다섯 번째회 (35)
봉이 김선달
“ 흠. 최상부 그 놈이 쥐똥인줄 알게 되면 필시 무슨 전갈이 올테지... ”
김선달은 혼자 중얼거렸다.
관가로 돌아 온 포졸들은 사또(최상부)에게 아뢰었다.
“ 소인 다녀 왔사옵니다 ”
“ 으음. 모시고 왔느냐 ? ”
“ 아뢰옵기 항송하오나 소인들이 모셔 오려고 했으나... ”
“ 아니 어찌 되었단 말이냐? ”
포졸들이 주저하자 사또는 급히 다음 말을 재촉했다.
“ 저... 선달님께서 사또님이 잘 계시느냐고 안부를 묻기에 사또님께서 부임하시는 날부터 심한 복통으로 병석에 누워 계시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약을 내주시길래 가지고 왔사옵니다 ”
“ 약을? ”
“ 예. 여기 있사옵니다.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금강산에서 도를 닦고 계시는 신승神僧이 주신 약이니 부정을 타지 않게 잘 갖다 올리라고 하시어 지금 곧바로 오는 중이옵니다 ”
“ 신승神僧이 지어주신 약이라? ”
“ 그렇게 말씀하셨사옵니다 ”
포졸들이 올리는 약을 받은 사또는 구수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또는 예사로운 약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사또 나으리! 신승이 주어주신 약이라 부정을 타지 않도록 정성껏 복용 하시라는 당부의 말씀도 하셨사옵니다 ”
포졸은 봉이 김선달이가 일러준 말을 다소 과장해서 말했다.
“ 금강산에서 신승이 지어온 약이라구... ”
사또가 약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데 포졸들은
“ 사나흘 후에 오시겠다는 말씀도 하셨사옵니다 ”
“ 음. 알았으니 물러 가거라! ”
사또가 방으로 들어 와서 약을 펼쳐보니 동글동글한 생김새는 꼭 쥐똥 같지만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보통 약과는 다른 듯 하였다.
“ 음. 김선달이가 옛정을 생각하여 이 같은 약을 보내주니 고마운 친구로다! ”
사또는 혼자 중얼거리더니 금강산에서 가져 온 약이 혹시 부정이라도 타서 약효가 사라질까 무릎을 꿇고 금강산이 있는 쪽을 향해 세 번 절을 한 후 약을 몇 알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고는 물을 마셨다.
“ 내 오랜 복통으로 고생을 하다가 김선달 덕분에 오늘에야 쾌차할 모양이구나. 친구 좋다는 말이 이래서 하는 말이구나! ”
사또 최상부는 약을 먹고 나서 옛친구의 자상한 마음씀이 고마워 얼굴에 희색이 만연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그 다음 날에는 설사가 어찌나 급하게 나오는지 숨 돌릴 틈도 없이 소낙비처럼 좔좔 쏟아져 그만 바지에 싸고 말았다.
“ 허허.. 이거야 원.. 내가 어린애처럼 바지에 똥을 싸다니... 금강산에서 신승神僧이 지었다는 약을 얻어 기뻐했는데 복통이 더 심해지고 설사로 옷을 버리는 망신까지 당했으니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구나 ! ”
사또 최상부는 아픈 배를 움켜쥐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었다.
“ 가만 있자. 내가 부정탈 만한 짓은 하지 않았는데 이게 웬 일이냐... 혹시.. 글쎄 봉이 김선달이란 녀석은 원래 짖굿기로 이름난 위인이라 이번에도 나한테 무슨 장난을 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사또 최상부는 봉이 김선달에게 자꾸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