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서른 네 번째회 (34)
봉이 김선달
“ 포졸들이 ? ”
“ 그렇다니까요 ”
아직도 최상부崔尙夫에 대한 괘심한 마음이 가시지 않고 있던 김선달은 마누라의 말을 듣자 문득 떠오르는 예감이 있었다.
“ 혹시 최상부가 보낸 포졸이 아닐까...”
그러나 일단 포졸들의 행동을 살펴보기로 마음 먹은 김선달은 모른척 하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 주인장 계십니까 ? ”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로 보아 관가官家에서 나온 포졸인 듯 싶었다.
“ 여보 ! 당신이 나가 보구려 ”
하고 김선달은 마누라에게 일렀다.
“ 아니 당신이 피하는 것을 보니 이번에는 필시 무슨 일을 저지르신 모양이구려 ?..... ”
“ 내가 일을 저질다니 무슨 소리요. 나는 그런 일이 없으니 어서 당신이 나가 보구려 ..”
“ 일을 저질지 안았으면 왜 피하시우? ”
“ 아따 나가보려면 나가볼 일이지......”
김선달金先達이 엄한 목소리로 꾸짓자 마누라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불안한 얼굴로 마당으로 나갔다.
“ 여보십시오! 여기가 봉이 김선달님의 집인가요? ”
“ 예. 그렇습니다 ”
“ 흠. 용케 찾았군. 여길 두고 이 근방을 찾아 헤매었구만...”
“ 그런데 어떻게 오셨나요? ”
김선달 마누라는 그들이 찾아온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 우리는 지금 선달님을 모시려 왔습니다 ”
“ 우리 남편을?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
“ 글쎄올시다. 우리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사또 나으리께서 말씀하시길...”
포졸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려는데 방안에서 김선달이 헛기침을 몇 번 크게 하면서 마루도 나왔다.
“ 음. 그래 어디서 오셨다구 했소 ? ”
김선달이 점잖게 묻자 포졸은
“ 저 이번에 새로 부임하신 오상부 사또 나으리께서 선달님을 모시고 오시라는 분부시옵니다 ”
“ 그래. 사또께서 안녕하신가 ? ”
“ 사또께서는 부임하자마자 심한 복통으로 앓아 누워 계시다가 오늘에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
“ 음. 그런 일이 있었구만.. 배가 아프다니 술과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이구만...”
김선달의 말에 포졸들은 입가에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 배가 아팠다니 이 친구를 한번 골탕 먹어야겠다 ! )
“ 아마 사또의 배앓이가 아직도 쾌차하지 않은 모양인데 내 복통에 잘 듣는 신묘한 약을 줄터이니 가지고 가서 사또께 바치시오 ! 아마 먹기만 하면 쉽게 나을 것이오 ”
이렇게 말하고는 김선달은 방으로 들어와 급히 쥐똥(鼠糞)에다 참기름을 발라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게 만든 다음 기름 먹인 한지漢紙(종이)에 정성드려 곱게 싸서 포졸에게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다.
“ 이 약으로 말하면 금강산에서 도道를 닦고 있는 신승神僧이 지어 주신 약이니 부정을 타지 않게 잘 갖다 올리시오! 그리고 사또께 봉이 김선달이가 사나흘 후에 사또의 복통이 좀 편안해지면 찾아 뵙겠다고 전하시오! ”
“ 예. 그리 전하겠습니다 ”
봉이 김선달의 말을 들은 포졸들은 쥐똥鼠糞을 약으로 알고 소중하게 받아들고 관가로 돌아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