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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서른 세 번째회 (33)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서른 세 번째회 (33)

 

 

봉이 김선달

(6)

 

평양(平壤)이 가까워지자 봉이 김선달은 문득 머리에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평양에서 가까운 어느 고을에 사는 최상부崔尙夫였다. 최상부는 얼마 전 이 고을에 사또로 부임해 왔다. 최상부는 젊은 시절 김선달과 함께 한양漢陽에서 친교를 가졌던 사람으로 김선달과 함께 과거에 응시했는데 김선달은 낙방하고 최상부는 합격해서 벼슬길에 들어섰다. 과거에 낙방한 김선달은 더 이상 벼슬길에 나갈 것을 단념하고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살고 있었지만 최상부崔尙夫는 그동안 벼슬길에 머물면서 지방 수령이 된 것이었다.

. 최상부가 이웃 고을 사또로 부임했다니 만나 보고 싶구만.. ”

최상부가 이웃 고을 사또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봉이 김선달은 혼자 중얼거리면서 먼 하늘을 바라 보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난 날에 자기와 놀던 친구가 비록 큰 벼슬은 아니지만 한 고을을 다스리는 벼슬아치가 되었다는 것은 감개무량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최상부 이 친구가 그래도 사또가 되었는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봉이 김선달은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을 반추反芻라도 하듯 입속으로 중얼거리자 살아 온 날들이 주마등走馬燈처럼 뇌리에 떠 올랐다. 썩은 벼슬아치들과 협잡군이 와글거리는 권력의 울타리 안을 들여다 보기 전에는 그에게도 청운靑雲의 큰 뜻을 품고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갈 꿈을 키우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탐관오리貪官汚吏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벼슬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 번의 낙방落榜으로 벼슬길의 꿈을 접고 구름과 바람을 벗삼아 물결치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 그럭저럭 살아 온 봉이 김선달이지만 친구가 사또로 가까운 마을로 부임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보니 마음속 깊이 숨었던 향수鄕愁가 가슴속에서 뾰죽뾰죽 고개를 내밀었다.

가까운 친구가 왔다니 한번 만나 봐야겠군! ”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우선 친구 최상부의 얼굴이 보고 싶기는 했으나 다음 순간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이 문득 뇌리에 떠올랐다.

. 그 놈이 벼슬아치가 되었다고 자못 콧대가 높아졌구만... 만일 옛날 나와의 정분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나를 모시려 올터이지만 여태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하기야 부임해 온지가 얼마 안되니 집에 가서 조금 기다려 보자 ! ”

봉이 김선달은 촤상부가 벼슬을 버리고 초야에 묻혀 산다면 당장 뛰어가서라도 만나 볼 것이지만 나라의 녹봉을 먹는 벼슬아치에 앉아 있는 친구이고 보니 냉큼 찾아 간다는 것은 무슨 부탁을 할려고 온 것으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 보다도 자존심이 상하는 듯해서 잠시 두고 보기로 했다.

봉이 김선달은 최상부가 부임한 고을 관가에 들리기를 단념하고 곧바로 집으로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집에 당도한 후 며칠이 지났다. 이젠 신임 초기의 바쁜 일정도 끝나고 한가로운 시간이 되었을텐데 최상부에게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최상부崔尙夫의 소식을 기다리던 김선달은 섭섭하다 못해 괘심한 마음이 들었다.

. 괘심한 놈! 옛날에는 막걸리 타령을 하면서 서로 막역하게 지내던 사이였는데 이젠 벼슬을 좀 했다고 친구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구나! 고얀놈 같으니라구... 네가 그렇다면 어디 한번 두고 보자 ! 얼마나 오래 벼슬을 하는지.... ”

봉이 김선달이가 이처럼 분노하고 있던 그날 오후에 난데없이 포졸 두 명이 김선달의 집 대문 앞에서 기웃거렸다. 이 광경을 본 김선달의 마누라는

여보! 포졸들이 우리집 대문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는데 이게 웬 일이어요 ? ”

하며 지레 겁을 먹은 목소리로 남편에게 소곤거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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